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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뿔리아(Puglia) 와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orker)가 말한 '훌륭한 와인의 조건'을 8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인 유경종의 칼럼에서 얻은 것이다.
1. 미각과 지적 호기심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와인은 대개 "복합적(complexe)"이며, 일차원적인 수준을 넘어선 여러 차원의 향과 풍미를 가진다.
2. 시음자의 관심을 계속 끌어야 한다. 복합적이고 심오한 와인은 시음자의 관심을 붙잡으며, 처음부터 흥미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흡입력이 있는 강도 높은 향과 미묘한 느낌으로 가득 찬 여러 겹의 풍미를 지닌다.
3. 훌륭한 와인은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향기와 풍미를 가져야 한다. 호주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신세계 와인 산지의 와인 중에는 지나치게 강조되고(oversized) 진하고(rich) 균형을 잃은(bold, big, heavy) 와인들이 많다.
4. 훌륭한 와인은 개봉 후 마실수록 더 뛰어난 맛을 낸다. 위대한 와인들 대부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미묘하고 복합적인 향기와 풍미를 드러낸다.
5. 위대한 와인은 의문의 여지 없이 숙성되면서 그 품질이 더욱 향상된다. 많은 와인들(특히 신세계 와인들)이 숙성될 수 있다고 레이블에 쓰여 있지만 이것은 단지 상술(商術)에 불과하다.
6. 다른 와인과 뚜렷이 구별되는 독창적인 개성을 지닌다.
7. 와인 태어난 땅(또는 테루아, Terroir)의 특성을 반영한다.
8. 와인메이커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젠 이탈리아 와인 여행을 떠난다. 우선 다음 지도를 보기 바란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장화처럼 생간 이탈리아 반도에서 뒷굽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는 곳이 뿔리아(Puglia)이다. 일찍이 이곳은 그리스인들이 이곳에 식민 도시를 세운 다음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렁ㅆ다. 그래서 이탈리아 반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와인 생산지이다. 그리고 그들의 와인 양조 기술은 고대 로마인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나 이토록 오랜 역사를 가진 뿔리아 와인은 20세기 중반까지 이탈리아 와인 산업계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탈리아 와인의 명성을 깎아 먹는 지역이었다.

그 이유는 이 지역 와인의 95%가 싸구려 벌크 와인이나 브랜디를 만들기 위한 증류용 와인이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에 전 유럽에 퍼진 포도밭의 에이즈인 필록세라 때문이었다. 이 필록세라는 뿌리에 붙어 포도나무가 빨아들이는 물을 중간에 다 빼앗는다. 그래 포도나무들이 고사, 즉 말라 죽는 것이다. 당시 필록세라가 거의 모든 유럽 지역의 포도밭을 황폐화 시켰다. 그래 유럽인들은 식탁에서 마실 와인 구하려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인들은 와인 품질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일단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요를 채워야 할 대량의 와인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와인의 공장 역할을 했던 이곳이 이탈리아의 뿔리아와 시칠리아였다. 이 두 지역은 토양에 필록세라가 싫어하는 모래가 많아서 다행히 필록세라가 퍼지지 않았기 떼문이다. 두 지역에서는 닥치는 대로 포도를 재배해서 품질을 따지 않고 와인을 만든 다음 유럽 곳곳에 공급했다. 유럽인들은 형편없는 맛에 투덜대면서도 두 곳에서 만드는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미국 종 포도나무(vitis aestivalis, vitis labrusca)의 뿌리를 유럽종 포도나무(vitis vinifera)에 접붙여서 필록세라의 공격을 막는 방법이 개발되고,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와인 생산자들이 유럽 각지의 포도밭을 재건하면서 뿔리아 와인은 찬밥 신세가 된다. 게다가 조롱의 대상까지 되었다. 뿔리아 와인 생산자들도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생산 방식을 뜯어 고치고,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기에는 기술, 자본, 마케팅 등 모든 요소가 부족했다. 따라서 뿔리아 와이넹 대한 낮은 평가는 계속 이어졌고, 오랫동안 싸구려 대량 생산 와인이란 오명을 ㅆ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량의 저급 와인을 만드는 데 익숙한 이곳 농민들은 고품질 포도를 재배하는 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세계 각지의 고급 와인 생산지에서는 와인의 재료인 포도를 가장 좋은 상태에서 수확하려고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사용한다.
(1) 포도나무가 흡수하는 각종 영양분과 광합성으로 만드는 포도당이 소수의 포도에 농축되도록 가지치기나 어린 포도송이 속아 주기(그린 하비스트, green harvest)로 포도송이 숫자를 줄인다.
(2) 포도가 썩지 않고 잘 익도록 철사를 따라 포도나무 줄기를 묶어서 포도나무 잎이 포도를 가리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한다.
(3) 반대로 더운 곳에서는 포도가 햇빛에 시들지 않도록 포도나무 잎으로 적당히 그늘을 만들어준다.
(4) 지열이 필요하면 포도송이가 낮게 열리게 하고, 반대라면 높게 열리게 해준다.

그런데 뿔리아에서는 그동안 이런 노력을 거의 안 했다. 농부들은 대부분 포도품종에 상관없이 포도를 심은 다음 가지치기도 안 하고, 1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는 식으로 대충 관리한 다음 가을에 포도가 엄청나게 열리면 잘 익었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두 다 수확해서 그대로 와인을 만들었다. 그러니 좋은 와인이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젠 뿔리아 와인도 와인 시장의 고급화에 따라서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 이제는 병에 담아 자기 라벨을 붙여 판매하는 와이너리가 많이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수확한 포도의 1/4만 제대로 된 와인으로 생산될 뿐, 나머지 포도는 계속 벌크 와인으로 생산되어서 싼값에 팔려 나가는 실정이라 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뿔리아는 남북으로 450Km가 넘는 매우 긴 지방이라서 지역에 따라 기후와 토양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지역별로 특화된 포오 품종을 재배한다. 와인 산지도 재배하는 포도에 따라 구분한다.
(1) 포지아(Foggia): 북부지역으로 트레비아노와 몬테풀치아노, 산지오베제를 재배하며 특색 없는 벌크 와인을 대량 생산한다.
(2) 커스텔 델 몬테(Castel del Nonte): 발리의 서쪽 지역으로 우바 디 트로이아(Uva di Toria) 포도로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와인을 만든다.
(3) 살렌토(Salento) 반도: 뿔리아 와인 주에서 우수한 것은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된다. Chardonnay de Salento IGT, 토착 품종으로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프리미티보(Primitivo)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뿔리아 에서 주로 재배되는 것은 프리미티보 품종이다. 원산지는 이곳이 아니라, 크로아티아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프리미티보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진판델(Zinfandel) 포도 품종과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동유럽에서 재배하는 츨레냑 키스텔란스키라는 포도도 피리미티보와 DNA 구조가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시장에 많이 알려진 것이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Primotivo di Manduria) DOC 이다.  

오늘 읽을 와인은 <살리스 살렌티노>이다.

(1) Salice Salentino(살리스 살렌티노):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지역 와인
(2) D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DOP): 유럽연합 와인 등급. 이탈리아 정부는 DOC라 한다.


(3) Varvaglione(바르바글리오네) 1921: 양조장 이름이고, 1921은 양조장의 창립연도이다.
(4) 용량은 750ml, 알코올 도수 14%이다.
(5) 포도품종은 Negroamaro 85% Malvasia Nero 1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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