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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사회 시스템 속에서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것 입니다.

오늘 아침은 이어서 정치 이야기를 좀 해본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중시해온 진보개혁 세력에게 독재 비판은 뼈아픈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현 정부가 촛불을 든 시민 위에 군림하는 독재라면 존립 근거가 무너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 일각의 독재 주장은 번지수가 틀렸다고 본다. 현재의 미래통합당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3분의 1을 조금 넘는 의석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개원 협상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할당분을 걷어찬 건 최소한의 저지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선 아예 여당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뒤 독재로 몰아붙이는 게 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겨레 백기철 기자는 "부동산시장이 시시각각으로 출렁이는 상황에서 임대차 3법, 부동산 3법을 야당 반대를 뚫고 단독 처리했다고 해서 독재라는 건 너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 강행에 따른 정책적 성패에 대해선 정부여당이 책임을 질 일이다.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면 내년 봄 보궐선거나 내후년 대선에서 심판 받을 수밖에 없다. 정책적 문제들을 독재의 영역으로 몰아넣는 건 이념의 과잉이고, 과거 ‘민주 대 반민주론’의 보수 버전일 뿐이다.

내 생각도 백 기자와 맥을 같이 한다. "국민이 선거에서 180석을 준 것은 그냥 무난하게 정권을 유지하라는 게 아니다. 그 의석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행사하라는 것이다. 180석을 헌 칼 쓰듯 휘두르는 것도 문제지만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 본다. "4·15 총선 이후 시대적 과제는 16년 만에 다시 들어선 진보개혁세력 우위의 권력구도를 토대로 70년 세월의 잔재를 극복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부분적 쏠림과 과속은 오랜 세월 동안 한쪽으로 기울었던 균형추를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인지도 모른다." 보수 언론들에 생각을 당해 물, 불 못 가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주변에. 사적 이익에 함몰되어서.

아니면 무식해서. 가난한 이들이 왜 더 보수적인가? 당면한 일상에서의 생존만으로도 힘겨운 빈곤층은 변화를 위한 정치적 활동을 해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이 힘겹지만 변화가 품고 있는 '알 수 없는 고통'보다, '아는 지금의 고통'을 차라리 견디고 말겠다는 가슴 아픈 체념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사회는 소득 불균형이 더욱 더 심화되거, 증산층 마저 몰락하는 이유가 된다. 원래 우리 각자는 계급이 있다. 절대적으로 평등할 수는 없다. 차이가 있다. 우리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만 사회 시스템 속에서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결과까지 평등을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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