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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

내가 좋아하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늘 고민만 많이 하는 자신의 주인에게 조르바는 이런 말을 한다. "확대경으로 보면 물 속에 벌레가 우글우글대요. 자, 잘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 확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곘소?"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배고픈 당나귀가 있었다. 그때 주인이 정확히 같은 거리에, 정확히 같은 양의 여물을 정반대 방향에 갔다 줬다. 배고 고파 한 발짝이라도 덜 걷고 싶었던 당나귀는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도무지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당나귀는 고민만 하다가 굶어 죽고 말았다.

선종의 6대조사인 혜능이 한 말이다. 그는 원래 나무 꾼이었는데, 다음 말을 듣고 조사가 되었다 한다. 내가 좋아하는 화두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 이 말은 '머뭇거리지 말고 그 마음을 내어라!'는 말이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그게 바로 '사는 것'이다. 삶이란 그렇게 사는 것이다. 이는 어떤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 어떤 것에도 갇히거나 묶이지 않고, 기꺼이 마음을 내어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가슴이 시키면, 머리로 따지지 말고 즉각 행동하라는 말 같다. 다시 말하면, 욕심에 집착하지 말고, 과거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은 마음으로 그 상황에 알맞은 판단을 하고 행동하라. 마음 가는대로 하자. 눈치보지 말고. 불교의 어려운 가르침이다.

<<장자>>의 "제물론"에는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이라는 말이 있다. '길은 다녀서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따라 가는 길과 새로 만들며 나아가는 길.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 가는 것은 쉽고, 편하다. 그러나 없는 길을 내가 만들어가면서, 나아가는 길은 불안하고, 불편하고, 무섭고, 힘들다. 그러나 그런 길은 희망이다. 새로운 길을 나아갈 때, 희망이 없다면 나아갈 동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장자 식으로 하면, '도는 행함으로써 완성된다'로 해석할 수 있다. 도라는 게 어차피 '말로는 못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하려면 행동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이다. '다닌다'는 행위는 곧 실천이다. 고민만 해서는 , 말만 해서는, 길이든 도이든 이룰 수 없다. 올림픽 선수들처럼 도전해야 한다.

우리가 행동을 주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조르바가 말했던 것처럼 '생각이 많아서', '나중에 욕먹을까 봐', '다른 게 더 좋아 보여서' 등등 일 수 있다. 날씨가 덥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잡히질 않는다. 나는 오늘로 백신 2차 접종이 끝난다. 그래도 개인 위생에 철저하고, 소비를 대폭 줄이고 자연친화적을 살 것을 다짐한다.

한 스님에게 제자가 물었다. "스님도 도를 닦습니까?" "닦지" "어떻게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그거 남들도 다 하는데요?" "아니지. 남들은 밥 먹을 때 잡생각하고, 잠잘 때 오만 고민에 빠지지."

밥 먹을 때는 밥 맛있게 먹는 게 잘사는 거다. 잠잘 때는 잠 잘 자는 게 잘 사는 거다. 일할 때는 일만 하는 게 잘 사는 거다. 확실하지도 않은 내일 일을 걱정하느라 당장 잠을 못 이룰 필요 없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금은 소금도 아니고, 황금도 아니고 지금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얽매일 필요 없다. 어찌할 수 없는 미래를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다. 현재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지금-여기서, 올림픽 젊은 선수들처럼, 아니 용수철처럼 솟아 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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