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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인문운동가의 시대 정신

문학은 배고픈 사람에게 빵 하나 주지 못한다. (앙드레 지드) 그러나 이 세상에 굶주리는 사람이 숱하게 존재한다는 추문을 퍼트림으로써 이 비정한 세계의 가혹한 현실을 폭로하고 선의의 양심을 부끄럽게 만든다. (김병욱)

인문학은 그 '쓸데없음'이 마련해준 자유를 통해 실용주의에 매인 욕망에 수치심을 느끼게 하며, 그 실용성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김현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문학의 효율성은 그 쓸모를 거부하는 데서 얻는 자유와 해방의 귀중함에 있음을 말하였다.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그 썩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의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힘든 연구와 실험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짓거리'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거기서 자유와 해방을 맛본다. 그거 순진한 열정의 무용한 노력이어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오늘에 이르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대체로 무용한 이론적 발견이 문명적 실용으로 변용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사람은 '쓸데없음'의 인식을 통해 쓸모의 의미를 살피고 현실을 반성하며 거기서 문화와 예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인문정신과 윤리적 관용을 키우며 인간을 아름다운 가치의 세계로 고양한다.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쓸모 없는 놀이의 추구와 그것들을 향한 열정이 인간의 자유로움과 거기서 얻는 해방감을 누리며 목적과 의무, 현실과 실용에 구속된 우리의 정신과 삶의 현장을 다시 바라보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환하게 열어 놓는다.

과학 기술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인문학과 같다. 과학 기술도 쓸모 있는 것만 하면 재미가 없다.

<0,1 그램의 희망>(이상묵): 미국은 이제까지 없는 새로운 연구라면 그게 무엇이든 무조건 연구비를 지급한다. 일본은 어떻게든 미국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라면 아낌없이 지원하다. 한국은 "이것에 투자하면 우리나라가 돈을 벌 수 있고, 반도체, 자동차 이후의 주력 수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연구비가 나온다. 대박을 내든가, 하지 않으면 치도곤당할 일에만 연구비가 지원되는 편협한 실용주의적 태도에 젖어 있다.

역사가 '쓸모없음'의 쓸모를 실천하는 역설의 진실화 과정이다. 이 문장의 깨달음이 우리의 삶을 창의적으로 살게 하고, 품격 있는 정신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그래 쓸데 없는 짓을 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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