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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참나'를 찾는 여행

배철현 교수의 <심연>과 함께 '위대한 개인이 되는 프로젝트 (4)
"위대한 개인이 위대한 사회를 만든다."

자신의 삶이 변화되기를 원한다면 현관에 서라.

현관은 경계이며, 나의 진화를 위해 거쳐야 하는 장소이다.

현관은 한옥의 문지방이기도 하다. 문지방을 밟으면 집 안으로 들어오는 복이 달아나고 대신 귀신이 들어와 우환이 생긴다고 했다.

현관은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장소이다. 현관은 내부를 외부로부터 구별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우리는 이 현관에서 건물 내부에 들어갈 준비를 하며 잠시 멈춘다. 그리고 신발을 벗어 놓으며, 우산이나 겉옷을 걸어놓는다. 건축에서 현관은 주택의 정면에 낸 출입구를 지칭한다. 현관은 불교 사찰의 첫 번째 문이기도 하다. 불교에서의 현관은 '현묘한 도로 들어가는 문, 즉 속세를 떠나 영원한 극락세계로 향하는 출발점'이다.

현관의 현자는 누에가 고치를 치기 위해 입에서 실을 뽑는 행위와 고치 안에서 변신해 나비가 되는 변화 과정을 형상화한 한자이다. 누에가 가물가물하게 나비가 되는 과정을 현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물현이라고 한다. 이곳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지만 급격한 창조가 일어나는 현장이다

라틴어로 현관이나 문지방을 가리키는 단어가 '리멘(limen)'이다. 리멘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하고 막막한 기다림의 시간 또는 장소를 가리킨다. 리멘은 불확실하고 불편하지만, 현관처럼 나 스스로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가장자리이다. '가장자기'를 의미하는 '리미트(limit)'도 이 단어에서 나왔다. 이 곳을 통과하지 않고는 다음 단계를 진입할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슨 일을 하려면 그 끝까지 밀고나가야 한다. 가장자리는 확실한 게 도무지 발견되지 않아 허망한 장소이기도 하다,

가장자리, 한계를 통과해야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끝을 보아야 새로운 곳으로 자신을 확장시킬 수 있다.

Arnold van Genep의 <통과의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려는 입문자는 다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1. 분리 단계: 과거로 상징되는 모든 것을 의도적으로 버리는 단계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세계와 단절하는 것을 혁신이라 한다. 여기서 혁자는 갑골문에서 소의 가죽을 벗겨낸 모양이다. 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무두질'을 해야 한다. 종교에서 이루어지는 할레나 세례도 분리의 과정이다. 이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가차 없이 버리는 것을 상징한다.

2. 전이 단계: 리멘의 단계이다. 오래된 자아을 소멸시키는 기나긴 투쟁의 시간이다. 그 소멸 후에 새로운 자신으로 채워지는 과정이다. 우리가 숭고라는 말을 영어로 '서브라임(sublime)'이라고 한다. 서브라임은 리멘의 단계에서 유유자적하는 상태로 '리멘(limen) 아래(sub)'이다. 자신을 깊이 응시하고 자신의 속에서 최선의 것을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은 그 자체가 숭고하다.

3. 통합 단계: 전이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단계라면, 통합은 조용히 다가오는 단계이다.이 단계는 몸에 밴 습관이나 행동을 떨쳐내고 새로운 자아를 만드는 창조의 시간이며, 동시에 문지방 위에 서 있는 불안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안한 가운데 서서히 새로운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경계 언저리에서 예민한 감수성을 키우며 유연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스스로 만든 시간과 공간, 분리된 시간과 공간을 '고독'이라 한다. 고독(solitude)과 외로움(loneliness)은 다르다. 후자는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불안해하는 상태이고, 고독의 시간은 의도적인 분리의 상태이고, 자신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구글에서 사진 캡처: 스핑크스를 만난 오이디푸스
스핑크스는 일종 '현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