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지난 주부터 우리는 이탈리아의 베네또(Venetto) 지역 와인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이 지역의 주요 와인이 무엇이 있나를 개략적으로 살펴 보았다. 오늘은 이 지역의 관광지들을 좀 살펴본다. 위의 두 지도를 보면 베네또가 어디에 있는지 알 거다.
베네또 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화려한 관광지이다. 이탈리아는 남과 북간의 빈부 격차가 심하다. 그런 가운데, 이 베네또 주가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베네치아(Venezia, 베니스)뿐만 아니라 이찰라 최대 규모 호수이자 유명인들의 별장이 즐비한 가르다 호수(Lago di Garde), 셰익스피어가 사랑한 도시 베로나(Verona), 장엄한 풍경을 간직한 꼬르티나 담베쪼(Cortina d'Ampesswo) 등 많은 여행지가 있다.
그중 오늘은 베로나에 집중해 본다. 베로나 하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즐리엣의 집'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나오는 바로 그 줄리엣의 집 말이다. 로미오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 발코니와 마당이 있는 집 말이다. 몇 해전에 보았던 아만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줄리엣에게 보내는 편지, Letters To Juliet, 2010년 작)"의 배경이 집이기도 하다. 포도밭을 실컷 보고 싶으면, 감상해 볼만한 좋은 영화이다.
이 베로나가 어떻게 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되었을까? 궁금하다.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중 상당수가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배경이다. <햄릿>의 무대는 덴마크이고, <베니스의 상인>은 베네치아와 사이프러스 섬이 주요 무대이다. 그리고 <한 여름 밤의 꿈>은 그리스 아테네이다. 흥미로운 것은 셰익스피어가 여행을 떠나 다른 나라에 여행을 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런데 왜 유럽 대륙을 소재로 작품을 썼을까? 많은 사람들은 변방 섬나라 사람들에게 이탈리아는 흉내 내고 싶은 로망이었을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가상의 국가나 도시를 만들지 않고 실제 존재하는 곳을 무대로 삼았다는 건 셰익스피어의 머릿속에 유럽대륙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지금의 한 일관계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흥미롭다.
이 집이 실제 줄리엣 가문이 살았던 집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 그저 베로나 시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중요하지는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집에 들락거리며 벽이란 벽마다 사랑의 메시지를 남기고 자물쇠를 걸고 껌을 붙여 놓은 통에 집은 현재식 사랑의 언어로 가득하다. 마당에 있는 줄리엣 동상의 왼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동상의 왼쪽 가슴 부분은 무척이나 닳아 있다.
그 다음 베로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곳이 베로나의 원형 경기장이다. 약 2천여 년 전 로마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당시에는 검투경기 등이 열렸다고 한다. 이 원형 경기장에서 매년 여름 베로나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이 기간동안 여행객들이 몰려들어 시내에 숙소가 없을 정도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원형 경기장은 지붕이 없고 외벽이 손상된 것을 제외하고는 보존 상태가 좋다. 그보다 더 대잔한 것은 작은 소리도 구석 자리까지 잘 전달되도록 세말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지금도 그다지 특별한 음향 장비 없이 오페라 공연이 가능하다.
끝으로,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풍기는 아름다운 광장과 부담스럽지 않은 아담한 규모의 건축물, 소박한 골목이 줄줄이 이어져 걷기 좋은 소도시이다. 구시가에는 로마의 유적들에 버금가는 중세 영주들이 만든 로마 시대의 유적이 남아있고, 분홍빛이 도는 베로나의 석회암인 로쏘(rosso)로 지은 훌륭한 성들이 가득하다.
이 지역에 나오는 와인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마로네(Amarone)>이다. 아빠씨멘토(Appassimento)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맛의 레드 와인이다. 너무 글이 길어져, 다음 주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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