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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나만의 서사: 단풍

이외수의 <단풍>을 읽고, "'읽는 년', 얼굴 붉어진다. 시 읽고 수치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하며, 여성 비하라고 하는 진영과 "시어에 대한 지나친 검열이다"라고 하는 진영으로 나뉘어 치고 받았다. 어쨌든, 여혐의 코드를 느낄 수 있어, 단풍에 관한 다른 시를 하나 더 공유한다.

단풍/이외수

저 년이 아무리 예쁘게 단장을 하고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화냥기를 드러내 보여도 절대로 거들떠 보지 말아라.

저 년은 지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명심해라. 저 년이 떠난 뒤에는 이내 겨울이 닥칠 것이고 날이면 날마다 엄동설한, 북풍한설, 너만 외로움에 절어서 술독에 빠진 몰골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단풍/이상국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