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들판에 나가면, 메꽃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안도현 시인은 메꽃과 나팔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프랑스어에 'Non-lieu(농-리외)'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 하면 '자리 없는 자리'라는 개념이다. 그 반댓말이 우리가 흔히 쓰는 '미친 존재'이다. 그러니까 '농-리외'는 '무위진인(無位眞人)', 즉 없는 듯 자리하고 있는 '진짜 모습'이다. 가면을 쓰지 않은 맨얼굴의 모습이다. 가면을 쓰지 않고 맨얼굴로 살겠다는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려는 필요조건이다. 가면을 쓰면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맨얼굴을 가진 사람이 '어떤 자리도 없는 참다운 사람(무위진인, 無位眞人)'이다. 나는 '나'답고 싶다. 일체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메꽃럼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진짜 ‘나’다운 사람이었면 한다.
메꽃/이안
뒤뜰 푸섶
몇 발짝 앞의 아득한
초록을 밟고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에 핀
메꽃 한 점
건너다보다
문득
저렇게,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한
것이
내 안에 또한 아득하여,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를 한번쯤
없는 듯 꽃 밝히기를
바래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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