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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모든 생물은 오류를 수정하는 것으로 진보한다.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31일)

송숙희의 <<일머리 문해력>>이라는 책을 읽다. 내가 알고 있던, 문해력(리터러시, literacy)은 전통적으로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문자 해독 능력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문해력이라 하면, 이를 넘어 ICT에 의한 초연결 정보화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 역량의 핵심이 되었다. 문자, 카톡, 문서, 기사, 책 등의 텍스트 정보든, 음성, 음악 등의 소리 정보든, 그림, 사진 등의 이미지 정보든, 방송, 영화 등의 영상 정보든, 모든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살다 보면, 우리는 늘 삶의 발목을 잡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급급하다. 실제로 칼 포퍼(Karl Popper)는 "모든 생물은 오류를 수정하는 것으로 진보한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생존을 방해하는 오류를 수정한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더 질 좋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질수록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뿐만 아니라 생활의 질 격차도 이로부터 시작된다.

게다가 문제는 젊은 시절에 일정한 문해력을 갖추었다 해서 평생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한 텍스트를 읽는 수준은 어릴 때 학습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이에 따른 성숙에 알맞게 필요한 정보의 양과 질을 확장하는 일이나 시대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학교 공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꾸준한 학습을 통해 자기가 알고 실천하는 일들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문해력은 서서히 바닥까지 떨어진다. 어쨌든 문해력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본체라는 하드웨어를 돌리기 위해 윈도우나 리눅스, 맥OS 같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전달된 정보를 받아들인 컴퓨터 하드웨어는 내부의 논리 회로를 거쳐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를 ‘IPO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컴퓨터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풋(input, 입력)-프로세싱(processing, 처리)-아웃 풋(output, 출력)' 과정으로 구동된다. 챗GPT 생성형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문해력도 의도한 대로 읽고, 생각하고, 쓰는 프로세스로 일 머리를 구동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이다. 따라서 ‘일 머리 좋은 사람’은 컴퓨터처럼 뒤에 출력물을 만들며 문제를 해결한다. 다음과 같다. 문해력은 읽기만으로, 또는 쓰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드시 읽기와 생각하기, 쓰기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문제 발생 → 입력=읽기 → 처리=생각하기 → 출력=쓰기 → 문제 해결

 읽기: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료 입력-문제 해결을 목표로 정보, 지식, 경험, 사례를 수집한다.
 생각 하기: 문제 해결을 위한 생각 처리 작업-입력한 내용을 연결하고 통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도출한다.
 쓰기: 도출한 해결책 공유-해결책을 문서로 만들어 공유하며,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창출한다.

두뇌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인 문해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아이디어를 만들고 담아내는 지적 생산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가공함으로써 의미 있는 아웃풋을 만들어 낸다. 지적 생산성이 높으면 무슨 일을 하든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그 결과 단시간에 큰 성과를 낸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복효근 시인의 <구름의 문장>이다. 세월은 화살처럼 날라 벌써 오늘이 8월의 마지막 날이고, 내일부터는 9월이다. 세상은 거꾸로 간다. 그래 하늘을 보았더니 구름의 문장들이 읽힌다.

구름의 문장/복효근

울지 않는 전화기를 몇 번이나 들춰보고
기척 없는 앞마당을 자꾸만 흘깃거리다가
소주병을 꺼내려다 만다
법구경 몇 페이지를 펼쳐보다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에 잠깐 멈칫거리다가
겨우 한 줄 써본다
'나는 나로써 나다'
애써 다독이는데
문득 댓돌 틈에 핀 괭이밥풀꽃 한 송이에
울컥
꽃은 너였다가 또 너였다가 또 너였다가
수많은 너였다가
한 줄 다시 써본다
'나는 너로써 나다'
서쪽 하늘엔 구름 한 무더기 모였다 흩어지고

좀 더 길지만, 원문을 읽으시려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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