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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엘리트 시스템’에서는 성공을 하건 실패를 하건 ‘사람 답게’ 살기 힘들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28일)

우리 사회가 믿고 있는 가치나 기존 현실은 ‘엘리트 시스템’이다. 공부 잘해 일류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사람 대접받기 어려운 사회이기에,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은 그 엘리트 시스템 안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며 살아간다. 그러니 부모가 당면한 현실은 자녀들에게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하고, 그 압박을 내면 화한 아이들은 마치 그 시스템이 옳고 정당한 것처럼 수용하고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려 최선을 다한다. 예컨대, 우리의 현실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강수돌 교수의 글에서 얻어온 거다. "우선 아동과 청소년이 경험하는 현실은 한마디로, ‘공부’ 잘 해 좋은 대학 진학하는 걸 최고로 치는 사회다. 아이들은 자기 힘으로 살 수 없기에 부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따라서 부모의 말이 거의 하나님 말씀이다. 부모가 고생해서 너희들 뒷바라지해주고 있으니 너희는 오로지 ‘공부만’ 잘하면 된다. “공부하라"는 부모님 말이 하나님 말씀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성공하는 10%의 소수나 성공 못하는 90%의 대다수나 스트레스 받기는 매한가지다.
- 성공하는 10%의 소수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잘 해내야’ 그 엘리트 그룹에 진입한다. 친구가 더 잘하면 시기심에 불탄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그간 고생한 부모님을 배신하는 일이기에 자신을 더 옥죈다. 어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잘해야’ 하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무조건’ 잘해야 한다. 성공하지 못하면 죄책감에 시달리고 성공하더라도 (특히 부모가 원했던 전공 분야가 자신의 꿈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소외감에 시달린다.
- 성공하지 못하는 90%는 늘 결핍감, 열등감, 죄책감에 시달린다. 물론,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성공한 10%를 보면서 부러움, 열등감, 패배감을 느끼며 피해의식에 빠지기 쉽다. 이것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묻지 마 범죄’의 배경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중독 시스템(중독 사회)’으로서의 ‘엘리트 시스템’에서는 성공을 하건 실패를 하건 ‘사람 답게’ 살기 힘들다. 우선, 엘리트 그룹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이들은 최소한 ‘겉보기에는’ 사람 답게 사는 듯하다. 하지만 그 깊은 내면은 별로 그렇지 않다. 불행히도 그들의 현실적 삶은 외면과 내면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기에, 심층 내면에서는 늘 공허감, 불안감, 두려움에 시달린다. 표면상 그들 중 대부분은 ‘충만한 행복감’의 얼굴을 보이지만, 심층 심리상 그들은 ‘영원한 불만족’에 시달린다.

대학 입시와 취업 고시 외에는 ‘공부’랑 담을 쌓은 사회는 쉬이 ‘중독 사회’가 된다. 한국이나 일본이 그렇다. 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마음은 기저귀 갈아주고 학교 가기 전까지일 뿐, 일단 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고 성적표를 받아오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조건부 사랑’이 시작된다. 부모, 학생, 교사, 교장 등 모두가 ‘공부 잘하는 아이’만 예뻐한다. 무슨 공부를 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별 토론이 없다. ‘무조건’ 잘 해야 한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 가도 마찬가지다.

무슨 전공을 해서 어떤 분야에서 자기만의 꿈을 이루면서도 동시에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할 까 하는 고뇌는 거의 없고, 오로지 주어진 시스템에서의 출세와 성공, 성과와 안정만이 목표가 된다. 특히, 돈과 권력을 주무르는 위치에 오를수록 주어진 시스템을 당연시하고 적극 옹호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중독 시스템, 중독 사회다.

사진은 충남 청양군 정산면에 있는 <빛섬 아트 갤러리>와 김인중 신부님 작품들이다. 그것들은 8월에 지친 나에게 그늘이었다.

그늘/하청호

나는 커다란 그늘이 되고 싶다.
여름날 더위에 지친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여린 풀과, 어린 개미, 풀무치, 여치,......
그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아직 작아
조그만 그늘만 드리우고 있다.
언젠가 나는 크고 튼튼하게 자라
이 세상 모든 사랑스러운 것들을
내 그늘 속에 품어 주고 싶다.

햇빛이 강하고 뜨거울수록
더욱 두터운 그늘이 되어
그들을 품어 주고 싶다.

좀 더 길지만, 원문을 읽으시려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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