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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위대한 개인'되기 프로젝트 (11)

7년전 오늘 글이에요.

'참나'를 찾는 여행

배철현 교수의 <심연>을 읽으며 '위대한 개인'되기 프로젝트 (11) "위대한 개인이 위대한 사회를 만든다."

숭고는 불안전한 나를 끌어안는 삶의 태도이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범한다. 유일한 범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만심이다."(소포클레스)

"숭고함은 독자들을 이성의 경계를 넘어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신비한 곳으로 인도하는 수사학적인 힘이다." ( 1세기 수사학자 롱기누스(Cassius Longinos)의 <숭고함에 대하여>) 숭고함은 "언어를 표현함에 있어서 고상함과 탁월함"으로 독자나 청자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감동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숭고함은 자연, 특히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대한 경험에서 발견됐다. 숭고함은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완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숭고함은 자연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보고 반응하는 인간의 마음에 존재한다.

"보기에 공포스러운 것은 숭고하다." (에드먼드 버크) 아름다움은 쾌락, 보상, 만족의 감정과 연관되어 있지만, 숭고함은 경외, 두려움, 공포에 대한 반응이다.

숭고하다는 것은 내가 대상을 바라보지만, 어느 순간 나는 없어져 무아 상태로 진입하고, 오히려 그 대상이 나를 관찰한다. 나는 이 숭고함을 경험하며 환희에 찬 눈물을 흘린다.

숭고함을 영어로 서브라임(sublime)이라고 하는데, 서브리미스(sublimi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서브리미스'는 '~을 향해'라는 의미를 지닌 '서브(sub)'와 '경계/문지방'을 의미하는 '리미스(limis)'가 합쳐진 단어로 '경계나 문지방을 넘어서려는 상태'를 뜻한다.

서브라임은 위험하고 어둡고 절망적인 공간인 동시에 가장 안전하고 광명하며 희망적인 공간이다. 플라톤은 이곳을 그리스어로 '코라(chora)'라고 불렀다. 코라는 항상 무섭고, 외롭고, 바닥이 없는 심연으로 한없이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공간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불안하고 위험한 공간이 서브라임이다.

우리는 이 모호한 상태를 인내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야 한다. 이것을 '부정적 수용 능력'이라 한다. 이말은 모순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자기 삶의 일부로 껴안으려는 삶의 태도이다.

자신이 처한 낯설고 힘든 경계가 사실은 자신만의 개성을 발견하고 드러낼 수 있는 심오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자신 앞에 놓인 불완전한 삶을 한결같은 인내로 거침없이 걸어가는 일이다. 절망의 순간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숭고함이다.

숭고함은 경계에서 노는 사람의 모습에서 나온다. 숭고함은 경계에서 노는 일이다. 경계를 넘어서려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계에서 놀아라." 그래야 '탁월한 시선'이 나온다. '지도무난 무혐간택'라는 말이다. 한쪽에 너무 깊이 발을 담그면, '시선'이 왜소해진다.  (지도무난 무혐간택: 도에 이르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나, 사람이 어느 쪽으로든 치우친 견해에 떨어짐이 없다면 쉽게 도에 이를 것이다. 승찬선사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