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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일사분란한 사회는 불행하다.'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일사분란한 사회는 불행하다.' (정재승)

한국 사회는 다양성의 부족이 문제이다. 다양성을 이루려면 급한 것이 차별과 혐오는 금지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려면 차별금지법도 있어야 한다. 인종, 성별 등에 바탕한 혐오 발언, 모든 종류의 차별이 잘 규제돼야만 표현의 자유가 건강하게 확대될 수 있다. 그래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도 생겨난다.

획일적인 문화가 지속되면 사회가 심각하게 불안해진다. 외국인 노동자 150만명인데,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다 같은 시민'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차별받던 사람들을 껴안아 줘야 하는데 교육, 문화, 제도 중 무엇도 준비 안돼 있다는 게 걱정이다. '경제 성장'이 먼저라는 주장에, 돈 벌어야 한다는데에만 신경쓰는, 사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성문제가 중요하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한국 사회는 전체주의적, 획일적 일사분란함 속에서 특정 산업을 키우거나 큰 스포츠경기를 치르는 데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누군가가 '나는 두뇌 역할을 할테니 너희는 나의 수족이 되라.'고 하면 다수가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하는 문화 속에서 가능했다. 이제는 그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질적 성장'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을 억누를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도록 하고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게 해서 창의적인 결과물로 승부해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정확하게 같은 지식을 입력시키고, 대학의 '한 줄 세우기'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을 유지하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생각들이 예상치 못 한 혁신을 계속 만들어내는 사회여야 경쟁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과학의 축소는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자본주의 논리에 맞춰서 획일화하고 계획을 세우는 행태들이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학계가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는 문제가 다양성을 헤친다. 쏠림현상이 심하다. 과학 기술 연구가 유행을 타고 한쪽으로 쏠리면 많은 자원이 낭비된다. 국가 경쟁력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를 견제하는 것이 인문사회과학자들이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느냐의 관점 하에서 비전을 세워야 한다. 인문사회학을 축소한다는 데 문제의식이 없는 한국 사회가 문제이다.

구구절절 기억해야 할 말들이다. 정재승 교수 화이팅! 그가 한 인터뷰 내용을 적어 두었던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머리는 소 몸은 인간인 미노타우로스가 나온다. 이 괴물이 나오는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직도 살아남은 이유라고 본다.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에 있는 조형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