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오랫동안 '해(解)'라는 글자를 잡고 씨름을 했다. '解'자를 옥편에서 찾으면, '풀 해'라고 나온다. 요즈음은 한자 필기 인식 Web이 있어 자주 활용한다. 그곳을 보니 解는 '풀다'나 '깨닫는다', '벗기다'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角(뿔 각)+刀(칼 도)+牛(소 우)의 결합이다. '소의 살과 뼈를 따로 바르는 데서 물건을 풀어 헤치다'라는 뜻이다.
내가 읽은 『장자』에서는 '양생주(養生主)'편에서 이 '해자'가 들어가는 중요한 표현이 두 번 나온다. '양생주'는, 말 그대로 하면, '생명을 북돋는 일'이다. 장자는 그 일의 핵심을 이렇게 말한다.
• 피상적 지식이나 허망한 명예를 추구하는 일을 그만 두고 내면에서 나오는 원초적 힘에 따라 중도(中道, 中正중정)을 지키는 것
• 요리사 포정처럼 자연의 율동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
• 우사(右師) 장군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스럽게 살아가고, 그런 삶이 초래하는 결과를 하늘이 준 운명으로 여기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 연못 가의 꿩처럼 물질이나 사회적 편안함의 유혹을 거부하고 정신적으로 속박이 없는 삶을 누리는 것.
•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력을 불태우라는 것 등이다.
이 5가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연의 순리를 따르라는 것이다'. 이 '양생주' 편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단어가 '해우(解牛)'와 '현해(懸解)'이다. 여기서 공통으로 나오는 단어가 '해(解)'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해(解)'는 '해체한다, 푼다, 벗어난다'는 뜻이다. 소를 해체하는 일이나, 하늘에 매달렸다 풀려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가치 체계. 고정 관념, 사회 제도 등 일체의 정신적, 사회적, 육체적 속박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문제는 따로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오늘 아침은 리터러시(literacy, 文解力) 이야기를 하고 싶어, 서두를 길게 했다. 앞으로 몇 일에 걸쳐 아침마다, 이 '해'자를 가지고 생각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몇 일동안 인터넷을 달군 것이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에 대한 한 줄 평이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위의 논평에서 '명징'과 '직조'라는 말을 갖고 뒷말이 많다. "대중을 상대로 글로 먹고사는 평론가는 저런 말 쓰면 안되죠"처럼, 어렵게 말하며 가르치러 들지 말고, 바로 알아듣게 말하라는 것이다. 비난의 대상은 크게 어렵지 않은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無知)와 한자어를 사전에 찾아 보는 수고를 하지 않는 게으름이나 그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몰염치일 것이다.
문해력(文解力)을 말하려고 한다. 전통적으로 이 말은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문자 해독 능력을 뜻했다. 그러나 오늘날 문해력은 이를 넘어 ICT에 의한 초연결 정보화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 역량의 핵심이 되었다. 인간은 '읽는' 존재이다.
흥분하지 말고, '해우', '현해', 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가, <해법 수학> 상산고 이야기 등의 문제를 읽어 볼 생각이다. 인간은 본시 '읽는' 존재이다. 문자, 카톡, 문서, 기사, 책 등의 텍스트 정보든, 음성, 음악 등의 소리 정보든, 그림, 사진 등의 이미지 정보든, 방송, 영화 등의 영상 정보든, 모든 정보를 결국에는 '읽어'들여 이해하려는 존재이다.
오늘 아침은 '7월'을 '읽어' 본다. 난 이제 와인도 리터러시(문해력)의 힘으로 '읽으며' 마시기로 했다. 난 요즈음 <기생충> 영화에 대한 문해력의 정도로 그 사람의 독서량과 인성을 재단한다.
7월/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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