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여름철마다 옥수수를 잘 먹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몰랐다. 관찰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배철현 선생의 <묵상>을 읽고 알았다. 좀 더 정보를 알고 싶어서, 네이버를 켰더니 이미 만들어진 옥수수 열매만 이미지로 많이 보여준다.
옥수수는 암술과 수술이 서로 다른 꽃 봉오리에 있어, 우리는 옥수수의 암꽃과 수꽃을 잘 구별할 수 있다. 옥수수는 소위 '자웅이가(雌雄異家)'이다. 한 나무에서 두 개의 집안이 '딴 집' 살림을 한다. 수 이삭은 줄기의 끝에 달려 있다. 우리가 여름철에 삶아 먹는 암 이삭은 줄기의 중간 마디에 껍질에 쌓여 두세개가 달려 있다. 암술대의 수염은 껍질 밖으로 나가 꽃가루를 받는다. 우리는 그걸 옥수수 수염이라고 해서 따로 말려 옥수수 수염차를 만들어 마신다.
옥수수는 봄에 옥수수 씨앗을 심거나 모종을 사다 심는다. 여름철이 되면 내 키보다 더 큰다. "옥수수의 꼭대기에 있는 수술을 외부에 보이기 위한 왕관이고, 껍질로 켜켜이 싼 암술은 자신의 가슴이 간직한 보불이다." 배철현 선생의 멋진 표현이다. 옥수수를 잘 들여 다 보자. 만약 옥수수가 맨 꼭대기 수술 위에서 열매를 맺기 원한다면, 옥수수는 다 자라나지 못하고 그 힘에 못 이겨 땅으로 쓰러질 것이다. 옥수수의 심장에서 만들어지는 '보물'은 아직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껍질 밖으로 소위 수염만 엉성하게 분산한다. 조선 양반의 수염처럼.
이 대목에서 나는 흥분했다. 실제로 농사를 지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것들을 잘 모르면서. 배철현 선생에 의하면, 옥수수의 수술이 인간의 말과 행동이라면, 암술은 그것을 조절하는 인간의 생각이다. 생각이 익어 우리가 먹는 맛있는 옥수수가 되는 것이다. 옥수수에 암술이 너무 많으면 말과 행동이 분산되고, 생각이 흩어진 결과 처럼, 그 결실이 부실하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무언 가에 한가지에 몰입할 일을 찾아, 생각을 집중할 때 결과가 튼실하다.
배철현 선생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본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절히 원하고 있는 그것이다. 내가 그것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찾을 때, 세상의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하고 희귀한 보물이 된다. 그 생각이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가만히 관찰하는 것이다. 이 관찰을 통해 생각을 훈련하는 사람은, 급기야 감동적이며 독창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하루를 일생처럼 살기를 다짐하는 사람은 그런 참신한 생각이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이 훈련을 통해 매일 새롭게 등장하는 인간의 마음가짐을 우리는 심지(心志)라 한다. 마음의 생각이 의지가 되는 사람은 행복하다. 옥수수를 이젠 다시 새롭게 본다. 옥수수를 먹을 때 마다 이 사유를 기억하리라. 생각이 있어야 하고, 그 생각에 몰입하여야, 튼실한 열매가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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