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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주역>>의 메시지를 잘 읽어내는 방법

2635.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2월 20일)

<<주역>>의 괘들은 각각 서로 다른 상황을 보여준다.  어떤 괘는 정치적 상황을 보여주고, 어떤 괘는 개인적 상황을 보여준다. 그런데 점을 쳐서 나오는 괘는 무작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오늘 아침 화두이다. 점치는 방법은 이번 주말에 공유할 생각이다. 만약 같은 문제를 두고 점을 쳤는데, 군사 행동에 관한 괘인 <사괘(사괘)>가 나왔다면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알아 본다. 어제 말한 것처럼, <<주역>>에서 괘란 '프레임(frame)'이다. 그러니까 그런 경우에는 군사 행동이라는 프레임에 넣어서 자신의 문제를 사유해 보는 거다. <<주역>>이 전복적 사유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이런 뜻밖의 프레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프레임은 두 가지 구실을 한다. 하나는 '거울 구실'이고, 다른 하나는 '창문 구실'이다. 예컨대 몇 일전 살펴본 <관괘>의 뒷부분 효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본다.


이 괘의 六四(네 번째 음효), 九五(다섯 번째 음효) 그리고 上九(맨 위의 양효)의 효사는 다음과 같다. 

六四는 觀國之光이니 利用賓于王하니라.
육사    관국지광      이용빈우왕
육사는 나라의 빛을 보니, 왕에게 손님됨이 이롭다. (나라의 빛을 바라볼 수 잇는 사람이니, 임금이 손님의 예우로 대하는 신하로 쓰이면 이로울 것이다.)
賓:손님 빈·묵을 빈·대접할 빈·공경할 빈·인도할 빈

九五는 觀我生이니 君子면 无咎리라.
구오    관아생      군자    무구
구오는 나의 삶을 보되, 군자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나에게서 나오는 것을 보니, 군자는 허물이 없을 것이다.)

上九는 觀其生이니 君子면 无咎리라.
상구    관기생       군자    무구
상구는 그 삶을 보되, 군자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그로부터 나오는 것을 보니, 군자는 허물이 없을 것이다.)

이 세 가지 효에서 보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때 <<주역>>의 프레임은 자기를 돌아보는 '거울 구실'을 한다. 다른 하나는 '나의 바깥 세계에 있는 것, 타자 또 세계를 보는 것'이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그로부터 나오는 것"과 "나라의 빛"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창문 틀과 같은 '창문 구실' 프레임이다.

우리는 <<주역>>을 거울 삼아 자기를 비춰볼 수도 있고, 창문 틀을 삼아 세상을 내다볼 수도 있다. 이것이 <<주역>>의 메시지를 잘 읽어내는 방법이다. 우리는 거울만 보아도 자기 얼굴에 묻은 검댕을 지우고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또 어떤 창문으로 보는가에 따라 세상에서 전혀 새로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길로부터 과감하게 자발적으로 벗어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존재이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익숙한 방식으로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을 편하게 여기도록 진화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뇌는 불안한 상태에 빠진다. 뇌는 창의적인 사고를 결코 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창의적인 인간이 극소수인 까닭은 여기에 있다. <<주역>은 우리가 골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보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주역>>이 주는 매력이다.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를 쓴 이상수 저자의 말이다. 

그가 예로 든 이야기 하나를 공유한다. 청나라 말 농민군 지도자 홍수전이라는 사람은 '태평천국'을 세우고 청 왕조에 반대하는 봉기를 일으켰다. 진압군을 지휘한 중국번이라는 사람은 <태평천국>과 격렬하게 싸웠으나 번번히 패했다. 그러나 중국번은 전혀 전의를 상실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부하가 황제에게 보내는 보고서에서 "우리는 거듭 싸웠지만 거듭 패하고 있다"고 썼다. 이를 본 중국번은 이 문장을 "우리는 거듭 패했지만 거듭 싸우고 있다"로 바꾸었다. 부하가 쓴 보고서의 문장은 패배만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번은 문구의 위치만 바꾸어 비록 거듭 패하고 있지만 아직 전의가 불타고 있다는 보고로 바뀌었다. 황제는 그를 계속 신임했고 중국번은 끝내 홍수전의 태평천국을 진압했다는 거다.

이 이야기는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똑같이 탄소로 구성되어 있다. 탄소의 배치 구조만 다를 뿐이다. 프레임을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상황을 적대적인 것에서 우호적인 것으로, 불리한 것에서 유리한 것으로 필패에서 필승으로, 심지어는 죽음의 음침한 골짜기로 걸어 들어갈 운명에서 활로가 열리는 것으로 바꿔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프레임을 바꾸어 상황을 재구성 해봄으로써 전혀 다른 시각이나 강력한 새로운 반대 반박 논리나 매혹적인 설득력을 갖춘 이야기를 생산해낼 수 있다.

우리들의 상처를 바라보는 프레임도 마찬가지이다. 백영옥 소설가는 자신의 이전 소설에서 이런 구절을 썼다고 한다. “인생이 서글픈 건, 승자도 결국은 얻어맞기 때문이다. 한 대도 맞지 않고 상처 없는 얼굴로 인생에서 승리할 수 있는 복서 따윈 없다. 단지 덜 맞고, 더 맞고의 차이가 있을 뿐.” "살다 보면 누구나 상처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상처를 느끼고 살고, 어떤 이는 잊으려 노력하며 산다. 상처가 적은 인생이 좋지만 더 좋은 건 상처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상처를 극복해야 좋은 인생은 아니다. 현재의 고통이 모두 과거의 상처 때문이라고 믿고, 굳이 과거로 돌아가 상처를 헤집을 필요도 없다.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스스로 주워 자꾸 자신의 몸에 꽂으며 아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 이미 생긴 상처를 잘 받아들이는 게 좋을 때도 있다." 이건 프레임을 바꾸면 된다. 

백영옥 소설가는 "축복을 뜻하는 ‘bless’는, 상처를 뜻하는 프랑스어 ‘blessure’와 어원이 같다고 한다. 우리 몸의 근육도 상처 받고 찢어지며 더 단단한 근육으로 성장한다. 비를 맞은 사람은 무지개를 볼 수 있고, 어둠 속의 사람은 별을 볼 수 있다" 고 말하면서, 복효근 시인의 시 <상처에 대하여>의 다음 구절을 소개하였다.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그래 오늘 아침은 그의 시 전문을 공유한다. 시를 읽은 다음 오늘 사진을 보며, 잠시 생각을 가다듬길 바란다. 떨어지지 않고 겨울을 견뎌낸 모과는 가지의 희망이다.


상처에 대하여/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 썩어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색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 마저도
초여름 고마리 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 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친구들 모임에 참석했던 친구 가운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모임에 안 나온 사람 안부를 묻지 말고, 나온 사람 안부를 물어야 되는 거 아냐?”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모임을 갖자고 모여선 정작 모임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 안부만 묻고 있더라 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친구의 말은 모임에 오지 않은 사람의 안부를 묻는 것이 쓸모나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었다. 그런 의미보다는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인사와 반가움을 표현하는 일을 뒤로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미일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누군가를 만나 내 앞에 그 사람을 마주하고서도 그와 속마음을 더 충분하게 얘기하지 않은 탓에 그와 헤어지고 돌아올 때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이런 경우는 가령 내게 큰 기쁨이 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게 온 큰 기쁨을 내 마음이 온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그 시간을 넉넉하게 주지 않을 때가 많았다. 여기 있으면서도 딴 데를 자꾸 서성이는 그런 마음이 있었다. 이것도 프레임을 바꾸면 된다.

끝으로, 프레임을 바꾸라는 윌리엄 아서 워드(William Arthur Ward)의 10대 명언을 공유한다.
1.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현재를 바꾸십시오."
2. "행복은 당신이 찾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3. "당신의 꿈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것들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나타냅니다."
4. "당신의 삶을 사랑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것입니다."
5. "당신의 시간은 귀중합니다. 그것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6. "다른 사람에게 친절 하십시오. 그것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7. "항상 배우십시오.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습니다."
8. "도전하세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9. "희망을 가지십시오. 희망은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10. "감사하십시오. 당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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