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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진실과 믿음은 다르다. 인문학의 힘은 이걸 의심한다.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따져보는 아침이다. 어젠 <새통사>에서 한국표준연의 임현균 박사가 "안다는 것과 아는 것의 차이"라는 주제로 흥미로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다.

You only treat what you see. You only see what you look for, and you only look for what you know." (Goethe)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유홍준) '본다'는 것의 사유가 필요하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행을 하던 중 먹을 것이 떨어져 일주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적이 있었다. 아끼는 수제자 안회가 가까스로 쌀을 구해 와 밥을 지었다. 공자는 밥이 다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부엌 안을 보다가 밥솥의 뚜껑을 열고 밥을 한 움큼 먹고 있는 안회의 모습을 보았다. 공자는 놀랐다. 안회는 제자 가운데 가장 도덕 수양이 잘되어 늘 아끼는 제자였는데, 공자는 실망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윽고 안회가 밥이 다 되었다고 알리자.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 "안회야, 내가 방금 꿈 속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하더구나." 그 말을 들은 안회는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다. "스승님! 이 밥으로는 제사를 지낼 수 없습니다. 제가 밥 솥 뚜껑을 여는 순간, 부엌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스승님께 드리려니 더럽고 버리려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먹었습니다." 공자는 의심한 게 부끄러워 다른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완전히 믿을 것이 되지 못하는구나. 그리고 나는 나의 머리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머리도 역시 완전히 믿을 것이 되지 못하는구나. 너희는 보고 들은 것이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 하거라."

I know everything. I know it. I know something. I don't know.
I am everything. I am something. I am nothing, but I am who I am.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아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아는 것의 힘은 새로운 앎을 찾아 나서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알고 있을 때, 비로소 (…) 구체적 표현이 가능하다.  제대로 아는 것에서 오는 구체적 표현에는 불필요한 생각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구체적 표현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행동을 하게 한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다룰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여 재구성할 수 있게 한다. 건강도 행복도 앎에서 온다." (이순석)

그러나 진실과 믿음은 다르다. 인문학의 힘은 이걸 의심한다. "강에 가서 말할" 내용인데...

강/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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