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몇 일전 박재희 교수의 강의, <영혼이 떨리는 삶을 살고 있는가>에서 들은 "흥본주의(興本主意)"라는 말이 재미 있었다. 우리가 인간이 중심인 사상을 인본주의(人本主義)라 하고, 자본이, 아니 돈이 근본인 사상을 자본주의(資本主義)라 하 듯이, "흥본주의"는 '흥'이 기본인 사상이다.
흥(興)이란 한자는 일어날 '흥'자이다.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흥'을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이라 풀이한다. 그리고 유사어로 '신난다'고 말할 때 신, 또는 취흥, 감흥을 예시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바람 나다'란 단어를 좋아한다. 자동사로 "몸이 우쭐우쭐하여 질 정도로 기분이 몹시 좋아진다"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신이 나다', '신명이 나다" 등으로도 쓰인다.
『장자』 <양생주>에 소각 뜨는 '포정"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의 경지를 넘어선 '도'의 경지에 이른 모습을 보여준다. 포정이 이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친다. (1) 눈에 소밖에 안 보이는 단계 (2) 소가 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단계 (3) 소를 눈으로 보지 않고 신(神)으로 보는 단계. 이 마지막 단계에서는 모든 감각 기관은 쉬고 신(神)이 나서 '신이 원하는 대로' 저절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 우리가 오늘 아침의 화두가 나온다. 그럼 신이란 무엇인가? 신이 나서 움직이는 상태는 어떤 것인가? 인간은 정(精), 기(氣), 신(神)으로 되었다고 본다. 세 가지가 비슷비슷한 말로 정신(精神), 정기(精氣)라는 말처럼 서로 어울려 인간의 정신 작용을 뜻한다. 그러나 약간의 뉘앙스(미묘한 차이)는 있다.
▪ 정(精)이 '정력(精力)'이라고 할 때처럼 성인(成人)의 활동력을 지탱해 주는 기본적인 요인이고,
▪ 기(氣)가 '기운(氣運)'이나 '원기(元氣)'라고 할 때처럼 사람을 건강하고 힘차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면,
▪ 신(神)은 '신난다'고 할 때처럼 사람에게 활기와 흥을 돋워 주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가 '기'이고, 그 에너지의 활동은 '정'이고, 그 결과로써 '신'을 얻든 데, 그 때 우리는 '신바람이 난다'고 하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신'이란 그리스어의 '프시케(psyche)'나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다이몬(daemon)'이나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말하는 '엘랑 비탈(elan vital)'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특기인 너무 어렵게 말하기였다. 박재희 교수는 '흥'을 "세포에 불이 켜지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흥본주의가 자본주의를 앞으로는 이길 것이라고 말한다. "돈만 가지고 안 되는 세상이 온다. 저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 흥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가가 평가의 기준이 되는 세상이 올 거라고 본다. 흥을 많이 가진 사람을 그는 "흥본가"란 재미난 용어를 사용한다. 흥분이 아니다 흥본이다. 그러면서 그는 더 나아가 "흥지수, HQ"를 지능지수니, 감성지수니 하는 것처럼 측정할 수 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10가지 질문을 했다. 그 물음에 7개 이상이 예로 나오면 '흥본가'라 했다.
1. 작지만 남만의 일상 취미와 행복이 있다.
2. 만나면 행복한 친구가 서너 명 있다.
3. 손해나는 일이라도 내가 좋으면 즐겁게 하는 편이다.
4. 늘 귀를 열고 나를 낮추고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5. 님의 "좋아요"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6.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동원되지 않는다.
7. 누가 남의 험담을 하면 듣기만 할 뿐 맞장구 치지 않는다.
8. 블로그 맛 집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다.
9. 사람을 만나서 호구 조사 하지 않는다.
10. 슬픈 일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마음이 풀린다.
남들의 평가가 아니라, 내 일상을 온전히 느끼면서, 만남과 이별의 균형을 맞추면서, 내 안의 세포에 불이 켜지면서 손해 보는 일이라도 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은 그런 사람들과 지내다 왔다. 영혼의 떨림을 가지고 사시는 분들이었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사진의 새들처럼, 즐겁게 떠나는 것이다. 아마 철새들이 그동안 있던 곳을 떠나는 것 같다. 영혼이 떨리는 삶을 사는 그분들과 예당호를 걷다가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나는 천안으로 가서,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탁구시합을 하고, 맛있는 저녁을 얻어 먹고, 취해 대전으로 내려왔다. 딸까지 나를 역으로 데리러 오는 수고를 해주어, 나는 '진짜 흥본가'였다.
외길/천양희
가마우지새는 벼랑에서만 살고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삽니다.
유리새는 고여 있는 물은 먹지 않고
무소새는 둥지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새들은 알아오릅니다.
새들은 고소 공포증도 폐쇄 공포증도 없습니다.
공중이 저의 길이니
제발 그대로 놓아두시지요.
외길이 나의 길이니
제발 그대로 내버려 두시지요.
#인문운동가_박한표 #유성마을대학_마이크로_칼리지 #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천양희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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