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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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그런 시간은 두 개다. 크로노스라는 하늘의 시간과 카이로스라는 인간의 시간. 강은 인간의 시간이다. "너에게 가려고/나는 강을 만들었다." 친구가 차에서 내리자 마자 문 닫고 가버리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떠나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는 짧은 그 순간이 '인간의 시간'이다. 사람은 다 자기 중심적인데, 조금이라도 덜 야박하려고 입술을 깨무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그래 강이 우는 것이다.
강은 소통이다. 소설가 백영옥은 배울 게 많은 한 선배가 인간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이유를 몰랐다가, 얼마 전 알게 됐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단다. 받아 적고 싶을 만큼 주옥같은 말을 내뱉던 그 선배의 특징은 웬만해선 남의 일을 묻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오늘은 뭐 먹었니?" 같은 아주 사소한 질문들 말이다.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쉽게 지친다. 소통이란 일방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시대정신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본다. (1) 다양성 인정과 확보 (2) 강자보다 약자 배려. 우리 사회는 지금 다양성을 거부하고 위협시하는 오래된 폐쇄적 편 가르기가 심하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분리 불안 심리가 폭력적인 사회를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작동되어 생활로 스며드는 배타성이 심각하다. 다양성을 끌어안으며 사회를 더 나은 쪽으로 이끌어 온 인류 역사의 진행 방향과는 다른 흐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 강이 우는가 보다.
오늘은 내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대전문화연대 15주년 정기총회가 있는 날이다. 내가 살던 프랑스는 시민으로 NGO(비영리 시민잔체)에게 몇 개를 후원하느냐가 자랑이고 존경이다. 우리도 그래야 더 건강한 사회가 된다. 같이 "강"을 만들고 싶다. 많은 후원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강/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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