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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

1645.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벌써 6월이다. 영어로 유월을 'June'이라 한다. 이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헤라 여신이 로마로 가면서 이름이 Juno(유노)로 바뀌면서 나온 것으로 본다. 헤라는 신화 속에서 결혼과 가정의 보호 신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6월에 결혼을 많이 한다. 심지어 이런 말도 한다. "6월의 신부는 행복하다." 헤라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 한다. 10월'은 '십월'이 아니라, '시월'이라 하는 것처럼, '6월'도 '유월'이 아니라, '유월'이라 한다.

지난 해 어떤 분이 보내주신 글이다. "딱딱하고 굳은 것은 죽음의 길이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 삶의 길임을 깨닫고, 몸과 마음이 유연(柔然)해 유(柔)월, 세상 일에 다 원인과 이유가 있음을 알아서 그저 남의 탓만 하지말고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나로 말미암아 시작하는 유(由)월을 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 자를 좋아한다. 특히 난 '일곱가지 유'를 자주 생각한다. "자유(自由)', '사유(思惟)', '여유(餘裕)', 향유(享有), 온유(溫柔), 치유(治癒) 그리고 YOU(당신). '유'자의 한문이 다 다르다. 'YOU'는 웃자고 넣은 거다.

토요일에 있을 인문학 강의 원고를 쓰느라 애를 먹고 있다. 강의 제목은 <인문학의 시대적 가치-왜 인문학인가?>이다. 강의 결론을 '인문학은 자유를 추구하는 것'으로 내고 싶다. 결론을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으로 정했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나는 자유다." 사실 우리는 늘 걱정거리가 많고 불안하다. 그래 우리는 두려움 속에 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야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늘 무엇을 욕망한다. 그 욕망의 배치를 잘 해야 원하는 것으로부터 좀 해방될 수 있다. 그때부터 자유가 시작된다.

자유(自由)를 말 그대로 하면,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자기로 말미암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런 상태이다. 여기서 '말미암다'라는 말이 흥미롭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 따위가 원인이나 이유가 되다"란 뜻이다. 그래 자유는 일체의 권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저항하는 데서 나온다.

우리는 인문학을 영어로 liberal arts라고 한다. 이걸 말 그대로 번역하면 "자유기술"이다. 그러니까 인문학이란 '자유를 위한 기술을 익히는 학문'이다. 최종 목적지는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자유인으로 자유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스 사회는 자유인과 노예로 이루어진 사회였다. 이 사회에서 자유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루하루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노예와 다른 품성(덕, 德)이 요구되었다. 이를 위한 기술들을 살펴보면, 우선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그 다음은 세계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주어진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며 살아가는 것은 노예의 삶이다. 그 다음은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말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하면 말이나 글을 정확하게 사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인문학은 우리를 자유인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책이나, 인문학 강의를 들을 때, 생각하며, 그리고 비판하며 읽거나 들어야 한다. 또한 자유인, 곧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어야 한다.

자유인과 노예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튀지 말고 나서지 말고 무리 속에 묻혀서 무난하게 지내도록 교육받고 있다. 이게 심하게 이야기 하면 노예적 삶이다. 이들은 자유인적 삶을 두려워 한다. 복학한 학생들이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군대 있을 때가 더 좋았다." 제대한 후, 자유가 너무 많이 주어지니까 더 괴롭다는 것이다. 옷을 입는 것도 그렇다. 프랑스에서 가장 싫어하는 직업이 경찰, 군인, 성직자이다. 이유는 제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에릭 프롬의 "자유로부터 도피"가 이해된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는 자유인을 위한 인문학적 소양보다는 노예적 삶을 위한 기술과 테크닉에 관심이 많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드물다. 알량한 인문적 지식을 습득하여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좋은 글"을 읽는다고 인문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을 통해 인문정신을 배워야 한다. 6월은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다. 좀 더 자유롭고 싶다.


6월의 시/김남조

어쩌면 미소 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정한 하늘이
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닷간 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고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6월 초하루부터 좀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 오늘 아침 김승완이라는 페친의 담벼락에서 많은 통찰을 주는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의 글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의 글을 만나면 꼭 읽는다. 그로부터 많은 사실들을 얻기 때문이다.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를 때는 언제나 행동 쪽이 진실을 가리킨다. 물은 땅이 패인 모양대로 흐른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 말이 참 의미심장하다. 우리 사회의 패인 모양을 박태웅 칼럼을 보고 열거해 본다. 우리 사회를 필링(peeling)한다. 알아야 당하지 않고, 특히 그 구조를 이해해야 조금씩 나부터 개혁할 수 있고, 불편한 진실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우리 사회는 화이트 칼라 범죄가 많다. 그 말은 많이 떼먹을수록 상을 준다는 말이다. 통계를 보면, 떼어먹으려면 최소한 300억 원 이상은 해야 한다. 직위가 높을수록 쉽게 풀려난다. 

(2) 산업안전법에 따르면, 사람을 죽이는 편이 싸다. 한국 사회의 산재 사망률은 OECD 최상위권이다. 1위도 여러 차례 했고, 5위권 밖으로는 밀려난 적이 없다. 다른 나라는 기업살인법을 갖고 있다. 

(3) 강남 땅값은 왜 오르기만 할까? 온 동네가 역세권이기 때문이다. 역세권이란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것들을 가리킨다. 

(4) 우리 사회는 노력하면 벌을 내린다. 임대차 보호법이 절실하다. 세입자가 정말 열심히 잘해서 고객을 끌면 건물주가 월세를 3배 올려 그간 고생한 대가를, 혹은 그 이상을 한 순간에 가져가 버린다. 함부로 옮기기도 어렵다. 그간 투자한 인테리어비가 있고, 애써 모은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으로 열심히 일을 할수록 벌을 주는 구조이다. 그러니 청년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코인의 불바다로 뛰어드는 것은 이런 구조의 결과이다.

(5) 산부인과는 대표적인 기피과중 하나이다. 최근 4년 연속 정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들은 줄줄이 성형외고, 피부과 아니면 공무원으로 투입된다. 이러다 보면, 우리 사회는 애를 낳으려 해도 받아줄 곳이 없는 불임 사회가 된다. 우리 사호는 애 받지 말고, 응급한자 고치지 말고, 코와 가슴에 실리콘을 넣으라고 한다.

(6) 왜 공시족들이 많은가? 부실한 사회 안전판 때문이다. 한 취업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37,4%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7) 우리 사회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9 하루 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노인 자살률이 높은 나라이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2,2% OECD 평균 20.)# 절반을 조금 넘는다. OECD 38 회원국 35(2019 기준) 우리보다 낮은 나라가 터키, 칠레, 멕시코 나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각자도생' 해야 한다. 늙어서 일을 못하게 되면 스스로 죽을 수밖에 없다. 적성이 무엇이든, 꿈과 희망이 무엇이든 간에 어떻게 든 노후를 보장해주는 공무원 시험을 치는 것이다. 도전을 하다 실패하면 비참한 노후밖에 남지 않는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미생>)

 

(8) 선정적인 기사를 내놓아야 한다. 포털의 보상이 클릭 수에 따라 돈을 매기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취재를 안하고 기사를 쓴다. 인터넷용 기사를 시간마다 내보내야 한다. 그러니 오래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는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이유는 네이버가 클릭 수에 따라 대가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이 기사가 좋은 기사이고, 많은 기사를 생산하는 곳이 좋은 언론사이다." 그러니 어떻게 든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내보내는 무한경쟁의 아수라장이다. 기자들 없다. '경악'이나 '충격'이니, ''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가 '단독'이라는 문패를 달고 밑도 끝도 없이 쏟아지며 사회에 악취를 퍼트린다. 속상하다. 팩트가 맞지 않는 기사를 쓰든, 남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쓰든 이치에 닿지 않는 기사를 쓰든, 남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든 무관하다. 클릭 번에 푼이다. 실제 포털의 뉴스를 지배하는 것은 '클릭을 받은 만큼 돈을 준다' 악마의 알고리즘이다. 거기에는 진리도, 정의도, 정론도 자리가 없다. 포털이 뉴스를 공급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뉴스라는 '미끼 상품'으로 트래픽을 올려 쇼핑 등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뉴스의 가치는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다. 많은 클릭이 포털의 1가치인 것이다. 문제는 포탈이다. 알아야 한다. (1) 포털은 극소수인 CP제휴사들만 자격을 얻는다. 다양성과 공공성을 처음부터 제약하는 구조이다. 생태계를 척박하게 하는 요소를 여럿 갖추고 있는 셈이다. (2) 네이버가 언론사가 주는 돈은 1년에 3천억쯤이라고 한다. 한국 정부가 쓰는 예산이 본예산만 530조가 넘는다. 1 예산의 0.05%으로 이런 악마의 시스템을 고칠 있다면, 해볼 만한 시도이다. 기사를 작성하느라 취재를 시간이 없는 언론은 말이 된다.

 

물은 땅이 생긴 모양을 따라 흐른다. 물을 붙잡고 설득을 하고, 교화를 하고, 친하게 지내자고 술을 사준다 해도 물이 계곡을 벗어나 산꼭대기로 흐를 리는 없다. 물이 오게 하고 싶으면 원하는 곳으로 물길을 파면 된다.

 

박태웅 한빛 미디어 이사회 의장이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 사회의 자원배분의 요체는 사회의 보상체계, 인센티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돈도, 인재도 사회가 놓은 보상체계의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잘못된 인센티브 시스템은 사회의 영혼을 망가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