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자유(自由)를 말 그대로 하면,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자기로 말미암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런 상태이다. 여기서 '말미암다'라는 말이 흥미롭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 따위가 원인이나 이유가 되다"란 뜻이다. 그래 자유는 매 마은 아닌 원인이나 이유가 되는 일체의 권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저항하는 데서 나온다.
지혜로운 사람은 당황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자유와 용기가 있는 사람은 두려워 하지 않는다. 알면, 당황하지 않고, 욕심이 없으면 근심이 없고, 알고 욕심내지 않는다면 두려울 것도 없다. 자유와 용기는 이 두 가지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래 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좋아한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인류가 유사 이래 추구해온 두 가지 이상이 정의와 자유였다. 정의는 공동체의 가치였고, 자유는 개인 가치의 상징이었다. 자유는 오랫동안 인류가 추구해온 근본가치인 동시에 인간다운 삶의 척도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는 인간 실존에 주어진 축복인 동시에 감내해야 할 짐이기도 하다. 양초로 만든 날개로 날아오르다 태양 열에 날개가 녹으며 추락하는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Icarus) 처럼,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필연의 법칙을 무시하는 자의 욕망은 허망하게 좌절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자유의 반대가 무엇일까? 언뜻 떠오르는 말이 질곡(桎梏)과 속박(束縛)이다. 자유의 대명사, 장자식으로 말하면, '죽음과 삶도 한가지요. 됨과 안됨도 한 줄에 꿰어 있음'을 알고, 정신적으로 인지하고, 육체적으로는 인간 실존을 구속하는 모든 것과 싸워야 한다. 마치,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빨래집게"처럼 "간절한 운명을 물고 있"듯이, 우리도, 자유를 위해, 오늘의 일상을 지배해야 한다.
빨래집게/박규리
빨래줄의 빨래를 빨래집게가 물고 있다
무슨 간절한 운명처럼 물고 있다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어느 더러운 바닥에 다시 떨어져 나뒹굴지도 모를
지상의 젖은 뭉뚱어리를 잡아 말리고 있다
차라리 이빨이 부러질지언정 놓지 않는
그 독한 마음 없었다면
얼마나 두려우랴 위태로우랴
디딜 곳 없는 허공
흔들리는 외줄에 빨래 홀로 매달려
꾸득꾸득 마르기까지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와인비스트로뱅샾62
PS
얼핏 보면 자유라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무한한 가능성, 필연에 맞서는 자기 결정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자연의 법칙 자체를 바꿀 수 없고, 현실의 자유는 주관적 욕망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지배하는 법칙을 이해하고 활용함으로써 '자유'를 증대 시켜 온 것, 그것이 바로 인류 발전의 역사였다. 따라서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돈을 버는 길 뿐이며, 중력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하늘을 나는 방법은 중력보다 큰 양력(揚力)을 만드는 길 뿐이다.
근대 시민 사회가 법과 제도로 익명의 개인들에게 보편적, 추상적 자유, 이른바 정치적 , 시민적 자유를 부여해줬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시장을 통해 그 개인들에게 소비의 자유를 주었다. 문제는 이 자유를 살천하고 재생산하고 향유하는 장이 상품의 세계 안에서라는 것이 문제이다. 상품세계 속에서 그것들을 구매하고 소비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구축하고 확인하고 과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자유를 가능케 해주는 사회질서와 권력 구조에 복종할 때에만 소비의 자유를 얻는다. 극단적인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라면, 시민사회의 법과 제도를 받아들일 때에만 시민적 자유를 누리는 것과 같다. 요즈음 이 기본을 잃은 사람들이 눈에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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