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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비누/강초선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의 시작은 이렇다. "신은 그윽히 생각컨대, 도(道)는 형태가 없고, 하늘(天)은 말씀이 없습니다." 이를 "도무형상(道無形象) 천무언어(天無言語). 동물은 본능이 길을 지시해 주지만 인간에게는 그런 편리한 기제가 없다. 길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다. 게다가 하늘은 침묵하고 있다. 퇴계는 이 말로 인간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잘 정리했다.

그래 유교(儒敎)는 인간의 길이 본능의 기제도, 권위적 지시도 없이, 스스로 찾아가는 '발견'의 모험이라고 했다. 유교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강조한다. 사물의 원리를 탐구하고,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퇴계는 그 길을 찾는 것이 "성학(聖學)"이라 하고 있다. 성학의 핵심은 정치적 질서의 안정이 급선무이고, 산업을 통해 생활을 보장하고, 그늘진 곳, 굶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지를 살핀다. 그 기반 위에 교육이 자리잡는다. 왜냐하면, 위의 것들은 개인의 자발적 협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학"은 내가 늘 고민해 오던 "위대한 개인"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성숙한 개인이 없이 가정, 사회,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 『대학』에서 말하고 있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다. 그래 퇴계는 『성학십도』에서 "심법(心法, 마음의 기술)"를 전수하겠다고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읽어가며, 생각(思)의 근육을 키워갈 생각이다. 그래 오늘 아침은 이 시를 공유한다. "제 몸의 향기를/흐르는 물에/아낌없이 게워낼 줄" 아는 비누가 되고 싶다.

오늘은 주말농장 나무 그늘 아래서, 좋아하는 친구들과 우리가 기른 야채로 파티를 한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퇴계는 사유한 삶의 의미와 연마한 마음의 기술은 경험을 통해서 안정되고, 다시 성찰을 통해 심화된다고 말한다. 그 실증을 통해 도(道)가 점점 모습을 드러나게 된다고 말한다. 이 길을 가장 탁월하게 성취한 사람이 '성인(聖人)'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선물로 주어진 하루를 그 길을 위한 훈련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전체의 일부가 아닌 개별적인 인간이다. 우리는, 누가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 향기를 "게워내는" 비누처럼, 자신의 본성에 따라, 그냥 살아가는 존재이다. 제일 무서운 것이, 나는 주연이고, 너는 조연이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비누/강초선

그는
물에 닿으면 반드시 녹는다
그러나
젖은 제 몸의 향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까닭에
한 순간의 생이
뜬금없는 거품일지라도
오래 전
세상 눈 뜨기 전부터 키워온
제 몸의 향기를
흐르는 물에
아낌없이 게워낼 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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