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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반(反)"의 역설

233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4월 23일)
어제는 <인문 일지>에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을 고발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나는 노자의 "반(反) 철학"을 믿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노자의 생각을 가장 간단하게 보여주는 한 글자가 "반(反)"이다. 실제로 이 "반"은 <<도덕경>>에서 네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노자의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글자이다.
 
"반"의 사전적 의미는 '반대로', '돌아오다', '뒤집힌다'이다. 나는 여기서 마지막 의미 '뒤집힌다'에 방점을 찍는다. 어떤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작은 일들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거꾸로(反) 뒤집힌다는 것이다. 쉽다(易)고 생각하여 방치했던 일이 뒤집혀 풀기 힘든 어려운(難事) 일이 되고, 작다(細)고 무시했던 것이, 어느 순간 뒤집혀 해결할 수 없는 큰일(大事)로 번진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렵고 큰일이 닥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면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노자의 '반의 법칙'은 조직의 몰락을 설명하는 거다. 조직이 무너지기 전에 작은 징조들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직 크지 않았을 때, 아직 어려운 상황이 아닐 때 빨리 손을 써서 미리 해결하는 것이 리더의 능력이다. 밖에 나가기 전 주춧돌(礎)에 습기(潤)가 젖어 있으면 비가 내릴 징조이니 미리 우산(傘)을 준비(張)하라는 "초윤장산(礎潤張傘)"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반드시 작은 조짐들이 있기 마련이다.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큰일이 1번 벌어지기 전에 29번의 중간급의 사건이 터지고, 그 전에 300번의 작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1920년대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일하던 하인리히는 7만5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29 건의 작은 사고와 300 건의 가벼운 징후들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이다.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하인리히 법칙은 건설 현장에 적용된 이론이지만 통계적 차이만 있을 뿐, 우리의 일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세상에 갑자기 찾아오는 재앙은 없고, 졸지에 다가오는 행복도 없다.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서둘러 해결했으면 큰일이 아니었는데 무시하고 방관하다가 결국 큰일로 번져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분들은 조그만 조짐과 징조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세상에 어떤 큰일이든 작은 일에서 시작되고, 풀기 어려운 문제도 결국 쉬운 문제를 방치하는 데서부터 발단이 된다. 노자는 이것을 '반(反)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우주와 세상이 구동하는 원리인 도는 우리의 상식과 반대로 움직이고, 멀리 가면 다시 돌아오고, 극에 다다르면 뒤집힌다는 거다. 그걸 바래고, 희망할 뿐이다. 부드럽고 야간 것이 반대로 강하고 센 것을 이기고, 비우고 낮추는 것이 결국 채움과 높음으로 돌아온다. 군림과 강요는 결국 뒤집히게 되고, 섬김과 모심은 복종과 존경을 얻게 된다는 노자의 철학이 모두 "반(反)"의 역설이다. 아름다움 뒤에는 추악함이 있고, 행복 뒤에는 불행이 엎드려 있음은, 결국 '반'의 원리가 세상 만사에 깊이 개입되어 잇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박노해의 시인 <동그란 길로 가다>가 노자의 반(反) 철학을 잘 표현했다. 절정이든, 최악이든, 천국이든, 지옥이든 결국 인생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이라는 시구 속에서 세상을 구동하는 원리는 뒤집히고, 돌아오고, 반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이다.
 
 
동그란 길로 가다/박노해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일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 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도덕경>>의 가르침 중 하나가 "되돌아옴"의 원리이다. '반의 법칙'이다.
 
  1. 대선원반(大逝遠反): 제25장에 나오는 말로, '사물은 커지고, 확대되고, 결국 다시 돌아온다'는 거다. 여기서 헤겔의 정반합(正反合)의 논리가 겹쳐진다. 세상은 상식(正)과 상식을 부정하는 반대(反)의 원리와 갈등을 통해 새로운 상식(合)으로 전환한다는 헤겔 철학 말이다. 상식과 상식을 깨는 반대의 논리, 그것을 통해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 노자 역시 당시 상식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세우고자 했다.
  2.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제40장에 나온다. '반대편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도의 운동력'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도의 운동방식이라는 거다. 인생은 생각하고 의도한 것과는 반대로 움직일 경우가 많다. 그러니 반대편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운동력으로 해서 반대되는 것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는 거다. 이 운동력은 바로 자연이 본래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노자는 보는 거다. 쉽게 말해서, 만사는 그저 한 쪽으로만 무한히 뻗어 가는 것이 아니라, 한 쪽으로 가다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이게 우주의 리듬이라는 거다.
  3. 여물반의(與物反矣):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과 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제65장에 나오는 말이다. "與物反矣(여물반의) 然後乃至大順(연후내지대순)"라는 거다. 즉 '사물의 이치에 반하는 것 같지만 그것이 결국 큰 순리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이다.
  4. 정언약반(正言若反): 제78장에 나오는 말로, 바른 말은 반대로 틀린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뜻이다.
 
요약하면, 어떤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작은 일들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거꾸로(反) 뒤집힌다는 것이다. 쉽다(易)고 생각하여 방치했던 일이 뒤집혀 풀기 힘든 어려운(難事) 일이 되고, 작다(細)고 무시했던 것이, 어느 순간 뒤집혀 해결할 수 없는 큰일(大事)로 번진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렵고 큰일이 닥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면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노자의 '반의 법칙'은 조직의 몰락을 설명하는 거다. 조직이 무너지기 전에 작은 징조들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직 크지 않았을 때, 아직 어려운 상황이 아닐 때 빨리 손을 써서 미리 해결하는 것이 리더의 능력이다.
 
그렇지만, 리더가 존경은 커녕 무시당하고 조롱당하고 있다면 리더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경멸 받는 리더의 5 가지 특징"(NONEY MAN 에북 담벼락)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1. 유약한 모습: 리더가 나약하면 끊임없이 공격받는다. 누구나 나약함은 있지만, 리더는 그런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2. 소심한 그릇: 작은 것이 지나치게 집착하고 사사건건 잔소리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 없고, 더 중요하고 큰 것을 봐야 하는 리더의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다.
  3. 변덕스러운 성격: 리더가 변덕 부리면 조직에서 존경받을 수 없다. 결정을 가볍게 바꿔선 안 된다.
  4. 경박한 행동: 리더는 가능한 다른 사람보다 좋은 언행을 보이려 노력해야 한다. 엄격한 자기 관리가 필수다. 천박해 보이는 이더를 맏고 따르는 이는 없다 품위가 기본이다.
  5. 지나친 무식함: 리더라고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남보다 많은 걸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폭넓은 지식과 자신만의 통찰이 있어야 대화하고 싶은 리더가 된다.
 
끝으로, 김택근 시인의 글에서 본 <<김대중 자서전>>의 일부를 공유한다. “한국처럼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외교가 필요한 나라이다. 외교가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정치는 실수하더라도 고치면 되지만 외교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 이 점은 한반도의 역사를 뒤져보면 알 수 있다. (…) 한국은 지리적으로 작은 나라지만 지정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우리의 4강 외교는 ‘1동맹 3친선 체제’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는 군사동맹을 견고히 유지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와는 친선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 한반도는 4대국의 이해가 촘촘히 얽혀 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땅이다. 도랑에 든 소가 되어 휘파람을 불며 양쪽의 풀을 뜯어먹을 것인지, 열강의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나라를 책임진 사람들이나 외교관은 어느 누구보다 깨어 있어야 한다.”
 
김택근 시인의 경고를 나도 똑같이 하고 싶다. "우리는 지금 위험하다. 서해와 동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전함이 물살을 가르고 있다. 신냉전의 먹구름이 한반도에 몰려들고 있다. 정신 차려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평화를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어떠한 전쟁 개입 행위도 용서받을 수 없다. 착한 전쟁, 좋은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큰 전과를 얻는다 해도 작은 평화보다 못하다. 장막 속의 수상한 짓들을 당장 멈춰라. 한반도 평화는 오로지 국민들의 것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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