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번 주말이 부활절이다. 그래 오늘은 4,19 혁명 59주년 아침이지만 동시에 성금요일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신 것을 생각하는 날이다.
나는 "걱정하지 마라!" "염려하지 마라!" "무엇이 살면서 중요한가"라고 물으신 예수님의 첫 번째 물음을 좋아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또는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말고,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아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으냐?” (마태 6장 25절) 이 질문은 수사학(修辭學)적 질문이다. 이것은 즉답이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질문은 오히려 질문을 받은 사람을 고민에 빠뜨려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신앙은 분명한 해답이 아니라, 스스로 당연하게 여기던 세계관과 신앙관의 끊임없는 파괴이며, 새로운 세계로의 과감한 여행이고 동시에 그 과정에 대한 한없는 의심이다.
한동안 책을 사지 않기로 했는데, 5월부터 있을 15회 인문학 특강 준비로 한 무더기의 책을 주문해 어제 받았다. 그 중에 류시화 시인의 최근 산문집『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도 있다. 이 책의 부제가 "신이 쉼표를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이다. 부활하려면 죽어야 한다.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위해서 안락한 지금-여기를 떠나야 한다.
난 어제 저녁에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 왜 아침마다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올리느냐고 물어 오기에 난 이렇게 대답했다. 난 '기생'하는 사람이기보다 '기여'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류시화 산문집은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이다. 폭우가 쏟아져 사람들이 우산을 펴거나 신문지로 머리를 가리고 서둘러 뛰어갈 때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비를 맞는 바보라는 것이다.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거나 시간에 맞춰 어딘 가에 도착하기보다 무늬를 그리며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 응시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자신의 빛나는 순간을 붙잡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부활절은 작가들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내 삶을 되돌아 보라는 때이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죽음은 추락이 아니라 부활의 순간이고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여섯 줄의 시/류시화
너의 눈에 나의 눈을 묻고
너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묻고
너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묻고
말하렴, 오랫동안 망설여왔던 말을
말하렴, 네 숨 속에 숨은 진실을
말하렴, 침묵의 언어로 말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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