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힘의 실체를 잘 살피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보살핌을 받는 존재이다. 나의 존재는 혼자서 살 수 없다. 이성의 동물이라는 우리가 그 이성을 하루에 몇 번이나 써가면서 사는가? 기분과 감정에 따라, 선택하고, 습관처럼 밀려드는 일상에 휩쓸려 하루를 보낸다. 그 휩쓸리는 마음의 작동 원리를 그래도 살펴, 사려 깊은, 아니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선택을 하여야 내삶이 달라지리라 나는 믿는다.
다윈은 "감정이 적자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다"라 말했다. 그는 특히 자주, 심하게 분노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진화가 덜 된 존재'라고 했다. 실제로 보면, 우리가 하고 있는 거의 모든 행동의 근원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감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식 명제는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행동한다"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융은 인간의 뇌 기능을 넷으로 나눈다. 생각기능, 감정기능, 감각기능, 직관기능. 생각과 감정은 판단을 해야 하므로 합리적 기능이고, 감각과 직관은 판단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비합리적 기능이라는 것의 그의 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은 이차적 판단 기능이라면, 감정은 일차적이고 즉각적인 판단기능이라 할 수 있다. 말이 나왔으니, 생각과 감정을 좀 더 비교해 보자. 생각은 시간이 걸린다면, 감정은 언제나 즉각적인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생각은 곧 잊어지는데, 감정은 잘 그렇게 되지 않는다. 우리의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의 힘이 세다.
몸이 느끼는 것이 감각이라면, 감정은 마음의 감각이라 할 수 있다. 몸의 감각들은 몸이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빨리 원인을 찾아 해결하라는 신호 역할을 하며 말을 걸어 오는데, 마음의 감각인 감정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그것이 보내는 신호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 그래 우린 마음의 병을 앓을 수밖에 없다.
어젠, 세계적인 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프로젝트 60>이라는 이름으로 10년 동안 60명의 거장을 만나는 모임의 8 번째 인물로 정신과의사 양창순을 만날 준비를 했다. 우리는 그의 책, <담백하게 사는 법>과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이 두 권을 택해 강의 전에 집단으로 공부를 했다.
어제 배운 공부에서, 나는 '마음의 환기'를 알게 되었다. 마음의 감각인 감정을 잘 다스리려면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청소를 하기 위해서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듯이 마음에 쓸데없는 노폐물들이 쌓여있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새로운 '사랑'의 공기로 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의 환기'를 위해, 나는 나의 주말농장 <예훈>에 갔다. 작년 이 때쯤 폈던 찔레꽃이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나 나에게 말한다. "슬퍼하지 말고/꿈결처럼/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찔레 동생이 '달래'란다. 몽골에 잡혀간 언니 찔레가 동생이 보고 싶어 찾아왔건만, 이미 죽은 뒤였다. 찔레는 자신의 동생인 달래의 눈덮힌 무덤가에서 그리워하다 죽었는데, 그 이듬해 그 자리에 하얀 꽃이 피었고, 그리움이 진한 향기로 남았다고 한다. 그래 찔레꽃은 하얗고, 향이 진하다. 그래 찔레 꽃은 그리움이고 사랑이다.
찔레/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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