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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개의 정치적 입장/배한봉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3일)

나는 분명하게 말한다. 내가 꿈꾸는 것은 두 가지이다.  적폐를 좀 철저하게 청산하여야 하고, 정권교체까지는 받아들이는 데, 검찰공화국은 단호하게 반대 한다.

적폐청산이 필요한 이유는 그 동안 우리 정치는 민생 서민을 부르짖으면서도 강자의 횡포를 방치하고 심지어 장막 뒤에서 강자와 결탁해서 약자들의 기회와 몫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벌 대기업에는 예산을 마구 퍼주면서 투자라고 주장했고, 서민복지 지출은 낭비라고 주장하면서 공짜니 포퓰리즘이니 폄훼했다. 경제성장과 복지의 강화, 적폐청산과 공정한 사회는 같은 길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청산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통합, 진정한 새출발이 가능하다. 청산할 기득권과 손을 잡지 말아야, 달아 붙은 기득권 세력을 독한 마음을 먹고 떼어내야, 기득권의 손아귀에서 죽어가고 있는 정의와 평등, 그리고 희망의 새싹들을 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누리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자기가 기여한 만큼의 몫을 누릴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 누구도 빼앗기지 않고 억압받지 않고 폭력에 시달리지 않는 나라이다.

이를 위해, 누가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되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시간이다.
1. 일체의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운 후보가  끊임없는 도전으로 위기를 이겨내며 한계를 넘어 온 실적과 실력으로 국민과 손잡고 공정사회 건설, 적폐청산의 역사적 책임을 다해 낼 것이다. 그 후보는 평생을 권리 없는 자를 위해, 그리고 부조리한 기득권 세력과 결연히 맞서 싸워본 사람, 정치적 이익과 불이익을 따지지 않고 불평등, 부조리한 기득권의 근원을 향해 메스를 가하겠다고 공언하는 후보여야 한다.
2. 새로운 독재의 화신으로 독버섯처럼 싹을 틔우고 있는 검찰 적폐 무리들을 민주와 역사의 이름으로 처단해 낼 후보에게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모아 거대한 몰표를 몰아주어, 3월 9일 대선투표에서 압승하여,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촛불혁명 정신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우리들의 결단을 요구되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아침이다. 늦은 저녁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생황이 반전되었다. 정말 우리들의 삶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안철수가 철수한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배신(背信), 신뢰(信賴) 등등이었고, 인문 운동가로서 좀 더 깊게 생각을 하니 정치 혐오(嫌惡)에 대한 책임, 엘리트들의 사욕(私慾)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 그리고 바로 다음 시가 기억되었다. "개"들이 뭐라 할까? 이젠 안과 윤 엘리트 기득권 대 신진 민주 세력의 대결로 전선이 분명해졌다. 다르게 보면 "무능 대 유능"의 대결 구도이다.

개의 정치적 입장/배한봉

개들이 짖는 소리를
개소리라 한다.
그것은 개들의 대화이기도 하고
개들이 달을 보고 하는 뻘짓이기도 하다.​

​사람끼리 가끔
개소리한다고 할 때가 있다.
사람 안에 개가 들었다는 말이다.

개들도 그럴 때가 있을까.
개 안에 사람이 들어
울부짖으면
사람소리 한다고 개들끼리 수군거릴까.

​그러면 그것은,
욕설일까,
정치일까,
철학의 한 유파를 형성할 수 있을까.

​벽에는 커다랗게 얼굴 사진을 새긴 포스터가
일렬횡대로 붙어 웃고 있다.

​벽보 앞을 지나가다 나는
개 짖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은
정치적 혐오일까, 무관심일까, 참여일까.
골목 앞, 신들린 무당집 개가
아무나 지나갈 때마다
컹컹컹, 컹컹 자꾸 묻는다.

개만 못한 건 아닐까? 인간적으로 나쁘다. 세 가지 문제점을 나열해 본다. "희대의 간배이"에게 신물이 난다. 나는 처음부터 그를 1도 안 믿었다.

1. '새정치'라는 말을 사라지게 했다. '거악(巨惡)'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새정치인가? 이런 말이나 하지 말었으면. 참 신뢰가 안 가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이다. "윤석렬 되면 대한민국 어떻게 되겠어". "무능한 자 찍고, 1년 지나면 내 손가락 자르고 싶어 질 거다." 새정치는 개나 줘버리고 돈에 환장한 자이다. 정치를 이용해 주식으로 돈을 버는 양아치이다. 새정치는 배신인가? 안철수의 손가락만 잘리는 것이 아니라, 그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의 손가락이 함께 잘리는 거다. 그들의 새정치는 공익은 1도 없고,  사적 이익 뿐이다. 무당청와대, 검찰공화국, 무소불위 안하무인 불량배 통치를 함께 하겠다는 게 새정치인가? 그동안 줄곧 굿힘당측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하고도, 그 정당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 안철수가 주장해온 새정치의 자존감인가?

2. 정치판을 흐려 놓았다. 국민들의 판단 기회를 빼앗았다. 무섭다. "안철수X파일", 워 일까? 여자문제?  그런 걸로 코 꿰면 꼼짝 못하는 건가? 검사 깡패들이 하는 짓이다. 무얼 까? 그 내용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20대 대선은 초지일관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였다. 만약 두 사람이 단독으로 텔레비전 토론회를 가졌다면 토론의 밀도가 훨씬 더 높아졌을 뿐 아니라 양자의 자질 차이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1월에 안철수, 심상정 두 사람이 법원에 이재명 대 윤석열의 텔레비전 토론회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함으로써 결국 법정토론회 이전부터 4명이 텔레비전 토론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대선후보 토론회를 시청한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듯이 산만하기 그지 없는 토론회로 전락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윤석열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한계로 작용하였다. 그런데 4명이서 처음부터 토론회를 갖게 해달라고 주장했던 안철수 본인이 마지막 법정 토론회까지 마치자마자 전격적으로 윤석열과의 단일화 선언을 해버리는 행동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면종복배(面從腹背,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내심으로는 배반함),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 패거리에 굴복하는 게 새정치인가?

3. 한 번 배신한 사람은 계속 배신한다. 국민을 기만한 자는 국민이 심판하여야 한다. 자신이 한 말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은 더 이상 아니다. 87년 체제의 종식과 다당제 정치의 활성화를 약속한 이재명과의 연대 혹은 연합이 안철수가 주장해온 정치 개혁에 상응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의 제안을 뿌리치고 윤석열의 손을 잡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배신 따위는 양심에 입력되지 않은 엘리트주의이다. 다음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사실상 열흘 전부터 윤석열 측에서 소위 "안철수의 엑스 파일"을 손에 쥐고서 단일화 그립을 쥘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회자되었는데, 안철수와 윤석열은 이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모든 국민들 앞에서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는가?  뉴스 속보에는 윤석열-안철수 '조건 없는 단일화' 합의라고 떴는데, 정말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조건이 없는 것인가? 혹시 단일화와 관련된 밀약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안철수 개인에게 묻는다. 어쩌면 필요 없는 질문일 거다. 그는 늘 철수라는 비아냥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니까. 희대의 괴물이다. 그래도 묻는다. 이미 재외국민투표에서 안철수를 찍은 사람들의 표는 무엇이 되는가? 그는 지금껏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의  한 표 한 표의 무게감을 진정으로 진지하게 느껴본 적이 있기는 했던 것인가?

이젠 "일투삼피(윤, 이 그리고 안)"의 시간이 되었다. 좀 전까지는 "일투쌍피(윤, 이)"는데 말이다. 한표로 세 개를 몰아 내는 거다.  쫓기는 자가 더 불안한 법이다. 반면 쫓아가는 자가 더 여유로운 법이다. 추격자가 막판 숨을 고르고 보폭을 넓히면 앞 선 사람은 자꾸 뒤를 돌아보며 불안감을 키운다. 그래 간발의 차이라면 쫓기는 보다 쫓아가는 게 더 유리하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 조직을 믿고, 좀 더 힘을 내야 한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승리를 위해 담대(膽大)하자. 악화와 양화는 늘 교차하며 지루하고 느리게 나마 가끔은 역 주행하며 결국 앞으로 나아간다 믿나는 굳게 믿고 있다. 국민을 개, 돼지로 아는 자들의 야합, 역풍이 얼마나 힘이 센지 뼈가 시리도록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내리막 둘이 힘을 합치면 내리막에 가속도가 붙을 뿐이다.

"철수는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철수해도 국민은 철수하지 않는다. 생존과 방역의 고달픈 전선에 한 번도 철수한 적 없다. 다만 담담하게 진실하고, 우직하게 생계하며,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다." (김주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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