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021년에 '건너가야' 할 힘을 주는 동력을 "습정양졸(習靜養拙)"에서 찾았다. 말 그대로 하면, '습정양졸'은 "고요함을 익히고 고졸함을 기른다"는 말이다. 여기서 '정'과 '졸'은 한 통속이다. 졸은 '고졸하다'라고 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한 멋이 있다"는 말이다. 도자기 가게에 가면, 기계에서 찍어 나온 듯 흠잡을 데가 없이 반듯반듯하고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구도를 가진 도자기는 상식적이라 눈길이 안 간다. 뭔가 균형도 잡히지 않은 것 같고, 어딘가 거칠고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구수하고 은근하고 정답고 살아 숨쉬는 듯한 것이 마음에 끌리고 편하게 느껴진다. 그게 내가 '키우고 싶은 '양졸(養拙)' 이다.
노자 <도덕경>의 제45장을 보면, 5 가지 '고졸(古拙)의 멋' 세계, 즉 결(缺), 충(沖), 굴(屈), 졸(拙), 눌(訥)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자는 그게 5가지 도(道)의 세계라고 한다. 이 세계를 키우는 것이 2021년 내가 건너가야 할 목표이다. 금년 초에 설정했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오늘이 벌써 2월 마지막 날이다. 다시 한 번 건너가야 할 세계를 소환한다.
1. 대성(大成)의 세계에서 결(缺)의 세계로 건너가기 : 대성약결(大成若缺) - 'Big ME'에서 'Little ME'로 건너가서,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모자란 듯하다'는 것을 알고, 조금 모자란 듯 살자.
2. 대영(大盈)의 세계에서 충(沖)의 세계로 건너가기 : 대영약충(大盈若沖) - 가득함에서 비움으로 건너가서, '완전히 가득 찬 것은 빈 듯하다'는 것을 알고, 뭔가 조금 빈 듯하게 살자. 다 채우려 하지 말자.
3. 대직(大直)의 세계에서 굴(窟)의 세계로 건너가기 : 대직약굴(大直若窟) - 직진, 바른 길에서 곡선, 구부러진 길로 건너가서, '완전히 곧은 것은 굽은 듯하다'는 것을 알고, 뭔가 반듯하지 못한 것처럼 살자.
4. 대교(大巧)의 세계에서 졸(拙)의 세게로 건너가기: 대교약졸(大巧若拙) - 화려와 정교함에서 질박과 서투름으로 건너가서, '완전한 솜씨는 서툴게 보인다'는 것을 알고, 뭔가 어설프고 서툴게 보이도록 하자.
5. 대변(大辯)의 세계에서 눌(訥)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변약눌(大辯若訥) - 웅변에서 눌변으로으로 건너가서, 완전한 웅변은 눌변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고, 뭔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것 같이 보이도록 하자.
<도덕경> 제45장을 내 나름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다 완성된 것도 빈틈이 있어야 그걸 쓰는 데 불편함이 없고, 가득 채웠더라도 빈 곳이 있어야 언제라도 쓸 수 있다. 구불구불한 길이 바른 길이며, 질박하고 서툴러 보인 것이 화려하고 정교한 것이며, 어눌한 눌변이 곤 완벽한 말 솜씨인 것이다. 고요함은 시끄러움을 극복하고, 냉정함은 날뜀을 극복한다. 맑고 고요함(淸淨)이 세상의 표준(천하의 정도)이다."
'벌써'로 시작한 2월이 '벌써" 떠나간다. 오늘이 2월의 마지막이고, 내일부터 3월이다. 나는 매년 2월 말 이면, 오늘 공유하는 시를 불러낸다. 그냥 2월에게 편지 한 통 보내고, 우린 3월을 봄과 함께 '힘차게' 마중 가야 한다. 오랜만에 정철의 <사람사전>을 펼쳤다. 봄을 다음과 정의한다. "겨울이 갔다는 신호, 여름이 온다는 신호. 추위가 더위로 바뀐다는 신호, 신호등이 파란불에서 빨간 불로 바뀔 때 아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노란 불 같은 것. 봄날은 짧다. 봄날은 간다." 봄날은 짧다. 2월이 그렇게 간 것처럼. 빨리 겨울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난 벌써 주말농장에 가 밭을 갈기 시작했다. 이쯤 밭에 나가면 김훈의 글을 기억한다.
해가 뜨기 전, 봄날의 새벽에 밭에 나가면, 땅 속에서 얼었던 물기가 반짝이는 서리가 되어 새싹처럼 땅 위로 피어난다. 이게 봄 서리다. 흙은 늦가을 서리에 굳어지고, 봄 서리에 풀린다. 김훈은 "봄 서리는 초봄의 땅 위로 돋아나는 물의 싹"이라고 말한다. (<자전거 여행 1>) 풀 싹들은 헐거워진 봄 흙 속의 미로를 따라서 땅 위로 올라온다.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서 풀이 올라온다. 이건 놀라운 생명의 힘이다. 생명은 시간의 리듬에 실려서 흔들리면서 솟아오르는 것이어서, 봄에 땅이 부푸는 사태는 음악에 가깝다. 경이(驚異)이다.
2월 편지/홍수희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글은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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