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계절 5월의 첫 주말이다. 내일은 어린이 날인데, 일요일이라 그 다음 날인 월요일을 대체휴일로 만들어 연휴가 되었다. 오늘 그 첫날이다. 좋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어제 점심에 밖을 나갔더니, 5월의 햇볕에 눈이 부셨다. 그리고 거리의 하얀 철쭉도 눈이 부셨다. '눈부시다'는 "빛이 아주 아름답고 황홀하다, 활약이나 업적이 뛰어나다'란 말이다. 프랑스어로는 eboulir이다. 한불 사전에서는 "(강한 빛으로) 눈부시게 하다, 경탄을 불러일으키다, 마음을 사로잡다"로 풀이하고 있다. 한자어로는 眩(현)이라 한다. 옥편을 찾아보니, 아찔할 현자이다. 눈 목(目)자와 가물가물 현(玄)자가 합쳐져 있다. 그러니까 눈이 가물가물해진다는 말이다.
지난 2월과 3월에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난 드라마를 잘 보진 않지만, 이 드라마는 줄거리를 잘 모르는 채, 간헐적으로 눈길을 주었다. 김혜자라는 걸출한 배우의 연기에 끌렸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빼앗겨버린 시간 때문에 한순간에 노인이 된 젊은 여자의 안타까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사실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반전은 우리들에게 시간과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다. 특히 마지막 회의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명대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의미에서 큰 울림을 주었다.
지난 5월 1일에 그 배우 김혜자가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그녀의 수상 소감을 유튜브로 보았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당신은 이 모든 것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 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젊은 시절에 난, 노래방에서 못 부르는 노래로 들국화의 <행진>을 부르곤 했다. "나의 과거는 어두웠지만, 나의 과거는 힘이 들었지만. 그러나 나의 과거를 사랑할 수 있다면, 내가 추억의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행진, 행진, 행진." "나의 미래는 항상 밝을 수는 없겠지. 나의 미래는 때론 힘들겠지. 그러나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 거야. 행진, 행진, 행진.
'현재를 즐겨라(Carpe diem)'는 말을 오해하면 안 된다. 요즈음 자신의 힘을 절제하지 못해, 원심력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그런 사람은 중독을 유발하여 결국 자신을 파멸시키는 쾌락, 자극, 새로운 것을 항상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닌다. 쉽게 웃음과 울음을 자아내는 촌극을 감동이라 평가하고, 세네카의 구심력 찬양문구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건배사로 착각하고 니체의 고통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라는 혜안인 ‘아모르 파티’amor fati를 노래방 춤쯤으로 여긴다. 원심력에 경도되어 있는 사람은 힘이 없고 불안하고 산만하다." 배철현의 <매일묵상>에서 읽은 것이다.
반면, 원심력을 구심력으로 제어하기 위해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힘이 있다. 그런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원심력의 과시를 희생하여야 한다. 나는 이 구심력과 원심력의 조화를 위해, 아침 마다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쓴다. 자꾸 밖으로만 출렁이는 생각과 본능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무기력하지만, 그것들을 제어하고 조절하여, 그 힘을 비축하는 사람은 강력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카르페 디엠’을 위해 오늘 나는 또 친구들을 만나러 천안에 간다. 운동 후에 제2차 옻순을 먹기로 했다. 카르페 디엠은 ‘순간을 포착하여, 과감히 자신을 위한 최선으로 전환시켜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하인리히 하이네(독일 시인, 1797-1896)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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