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이야기를 좀 더 한다. "얼마 있다가 자여(子輿)가 병이 났다. 자사(子祀)가 문병을 와서 이렇게 말을 했다. '기이하구나! 조물자가 그대를 이처럼 오그라들게 하다니!' 그의 등은 곱추처럼 굽고, 등뼈는 불쑥 튀어나오고, 오장이 위로 올라가고, 턱은 배꼽에 묻히고,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고, 목덜미 뼈는 하늘을 향하고, 음양의 기(氣)가 조화를 잃어버렸는데도, 그 마음은 한가로워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했다. 자여가 비틀비틀 걸어가 우물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고는 말했다. '아아! 저 조물자여, 거듭 나를 이처럼 구부러지게 하는구나!' 자사가 말했다. '그대는 그것이 싫은가?' 자여가 말했다. '아니다. 내가 무엇을 싫어하겠는가! 가령 나의 왼쪽 팔뚝을 서서히 변화시켜서 닭이 되게 한다면, 나는 그것을 따라 새벽을 깨우겠네, 나의 오른쪽 팔뚝을 서서히 변화시켜서 활이 되게 한다면 나는 그것으로 새를 잡아 구워 먹을 것이며, 가령 나의 궁둥이를 변화시켜서 수레바퀴가 되게 하고, 나의 정신을 말(馬)이 되게 한다면, 나는 그것을 따라 수레를 탈 것이니 어찌 따로 수레에 멍에를 하겠는가! 게다가 생명을 얻는 것도 때를 따르는 것이며, 생명을 잃는 것도 때를 따르는 것이니, 태어나는 때를 편안히 맞이하고 죽는 때를 순하게 따르면 슬픔이나 즐거움 따위의 감정이 나의 마음에 들어 올 수 없다. 이것이 옛날의 이른바 ‘거꾸로 매달렸다가 풀려 났다(현해, 懸解)’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스스로 풀려나지 못하는 것은, 사물이 그것을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또 세상의 모든 사물은 하늘(自然)의 오램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내가 어찌 이를 싫어하겠는가?'"
좀 길지만 인상적인 문장들이 여럿이다. 자여는 몰골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하늘을 원망하거나 누구를 탓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위대하구나! 저 조물자. 나를 이처럼 오그라뜨리다니" 할 정도로 마음이 느긋하다. 게다가 찾아온 친구에게 "내 왼팔이 점점 변하여 닭이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새벽을 깨우겠네"하는 등의 말까지 한다. 지극히 달관한 경지이다. 부럽다.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그리고 현해(懸解)라는 말이 또 나온다. <<장자>> 제3편 '양생주'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懸解(현해)는 매달린 상태에서 풀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매달림이란 무엇이고, 풀림이라는 말은 무엇인가? 실에 매달려 춤추는 인형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간이란 모두 '하늘'의 손에서 내려온 끈에 대롱대롱 매달려 그 손놀림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 실존(實存)으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적 한계의 끈에 매달려 살아가는 것, 이런 숙명적인 부자유나나 제약에 항거해서 이를 극복하려고 안달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라는 것, 안달하면 할수록 우리의 비극적 얽힘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따라서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순응함으로써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일종의 종교적 역설을 말했다. 이렇게 숙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므로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메임에서 풀리는 것(懸解현해)'이라 표현한 것이다.
인생을 살면 몇 백 년을 살겠는가? 하늘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다. 길게 살았다 짧게 살았다 따지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우리를 내려다보는 조물자가 있다면, 우리가 이렇게 몇 십년을 놓고 마음을 졸이는 것은 일상 속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보다 더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어쨌든 자여는 살아 있어도 살아 있어서 좋고, 죽어도 '거꾸로 매달림에서 풀려나니' 좋고, '사생존망지일체(死生存亡之一體)'를 터득한 사람이다. 나도 그처럼 생각하며, 그런 친구를 찾기 보다, 내가 먼저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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