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착실한 보폭'

행복은 자신의 실천을 통한 성장 체험과 직접 관련을 맺지만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성장체험을 한 경우에도 이어진다. 자신 때문에 세상이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아름다워지는 상태를 구현한 것이다. 결국 자신이 성장한 결과로 이런 상태가 만들어지고 소중한 사람들과 소통이 더 활발해진다면 최고의 행복한 상태를 체험하는 것이다.

행복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규정했듯이 성장 체험을 통해, 더 성숙해짐에 대한 '되어감(becoming)'을 통해서 증진된다. 목표 자체의 달성보다 실천하며 달성해 가는 과정이 우리들에게 더 행복을 갖다 준다. 그리고 성장 체험의 본질은 지속적 학습을 통한 성장과 성숙이지 실수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은 항상 자신만의 일인칭 프로젝트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는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이 자신의 목적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목적을 각성했고 이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자신만의 일인칭 프로제트가 있다는 유데모이나의 조건에서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다. 내 삶이 내재적 기준에 의해서도 지속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는데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이 유데모니아가 없는 소확행에 빠져 살다가 결국 삶이 사막화 되면 무언가 더 심각한 것에 자신을 중독 시킨다. 소확행으로 행복을 쫓는 것은 영원히 잡을 수 없는 파랑새를 쫓는 것과 같다.

'착실한 보폭'이 결여된 경지란 항상 우연에 기댈 수밖에 없다. 마치 절제된 행동과 학교 졸업 그리고 생계에 대한 책임을 배우지 않고, 꿈을 꾸는 것과 같다. '착실한 보폭'만이 일관성과 지속성을 보장한다.  어떤 경지도 일관성과 지속성이 결여된 것은 운이 좋은 것에 불과하다. 품질이 들쭉날쭉 할 수밖에 없다.

순자가 말한 "적토성산(積土成山)"("권학편")이라는 말이 곧바로 머리에 떠오른다. "흙을 쌓아 산을 이루면, 거기에 바람과 비가 일어나고/물을 쌓아 연못을 이루면, 거기에 물고기들이 생겨나고/산을 쌓고 덕을 이루면, 신명이 저절로 얻어져서 성인의 마음이 거기에 갖춰진다."  도가 철학을 좀 아는 사람들은 '무위(無爲)'를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무슨 일이건 그냥 되어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으로 이해하고는 '착실한 보폭'을 하수의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그건 지적인 게으름일 뿐이다. 어떤 개성도 '착실한 보폭'을 걸은 다음의 것이 아니면 허망하다. 허망하면 설득력이 없고, 높은 차원에서 매력을 가질 수가 없다. 그러면 많은 일을 그냥 '감(感)'에 맡겨 해버린다. '착실한 보폭'이 없는 높은 경지란 없다.

그리고 행복 하려면 먼저 자유로워져야 한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은 행복했지만 어리석게도 자유를 요구했다가 광야로 쫓겨났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보면, 행복한 호모 사피엔스는 존재하지만 자유로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동일한 것을 생각하고 동일한 것을 욕망하게 만드는 사고의 동일화와 본능의 획일화가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가 추구하는 욕망의 충족이라는 행복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진정한 행복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자유의 발견에 있다. 다수의 생각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물리적 욕망이 아닌 정신적 욕망을 꿈꿔야 한다. 그것이 자유이고 행복한 인간이 되는 길이다. 그 길이 쉽지는 않다. 사람들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 하려면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 길은 용기를 내어 자신을 행해 쉼 없이 걷는 일이다. 그러면서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이런 질문이 없으면 더 이상의 삶은 없다. 묻는 행위를 하지 않는 인간은 쪼그라든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착실한_보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