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가을이 저물기 전에 꼭 공유하고 싶은 시가 또 있다. 이재무 시인의 <감나무>이다. 시인은 붉은 감들이 떠난 사람이 그리워 그렁그렁 붉은 눈물을 매달고, 바람의 안부에다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것 같다.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정서는 '그리움'이다. 글과 그림, 그리움의 어원은 같다. 종이에 문자로 쓰면 글이고, 이미지로 쓰면 그림이 되고, 마음에 기다림으로 쓰면 그리움이 된다. 고마움도 그리움의 방법론이다. 고마운 기억이 있어야 그리움도 생긴다. 그런 그리움의 다른 말이 기다림이다. 시인은 깊은 그리움과 오랜 기다림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보통의 우리는 보이지 않는데, 시인의 눈에는 그리움이 보인다. 그리움은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를 마음 속에 긁는 것이기도 하다. 그 그리움이 현실이 될 때가 '설렘'이 된다. 설렘이 많아야 그만큼 더 행복하다. 담 밖으로 나간 감나무는 그립지만 행복하다. 그래 나도 가을에 잎 떨어진 감나무를 만나면 행복하다.
감나무/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 곁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 오 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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