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28일)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무겁다. 버겁고, 굼뜨며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 빙하기가 닥쳐왔을 때 그 거대한 지배자 공룡은 자신의 크기 때문에 멸종했다는 설도 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고 소수였던 포유류들은 그 작은 몸집 때문에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거라 한다. 나도 코로나-19 이후에 깨달었다. 가진 게 없어, 일상을 축소했더니, 삶이 버겁지 않다. 전과 다름 없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처럼 잘 견디며 잘 산다.
실제 내 주변을 보면, 많이 가지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혼자 생각에 저 정도 가졌으면 기쁘고 행복하기만 한 삶을 살며, 남과 나누며 살아도 될 법한 데 신기하게 그러지 못하다. 어쨌든 가지고 가지지 않고 그러니까 마음이 가난한 것은 소유한 재화의 양의 문제가 아니다. 그 집착의 정도가 문제일 뿐이다. 나는 가난해 오히려 행복하다. 그래 변방으로 탈주했고, 거기서 원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특히 속이 편해져 내 주변의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저녁이 되면, 한 잔의 와인과 <복합와인문화공방 뱅샾62>에 오시는 분들과 나는 행복해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잠시 내게 머무는 것일 뿐, 결코 내 것이 아니니 그것이 내 것이라는 집착을 버리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이야기이다. 100살을 넘기신 김형석 교수는 지금도 활동이 왕성하다. 그러나 하시는 말씀이 '너무' 반복되고 진부하여 지금은 새롭지 않지만, 100살이 넘도록 강의를 하시고 글을 쓰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분이 그러셨다. 100을 살며 되돌아 보니 인생의 가장 황금기는 65세에서 75세 사이였다 하셨다. 나는 아직 그 나이에 이르지 않았지만 60을 넘어보니, 그 말씀에 동의한다.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블랜치파워 교수가 제시한 인생의 행복 곡선은 47-48살을 최저점 삼아 반등한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선진국의 경우는 47.2살, 개발도상국은 48.2살이다. 이미 여러 연구자료들도 40대에서 50대까지 걸치는 일정 시기를 생애주기 별 'U'자형 행복 곡선의 바닥으로 지목했다. 개인의 경험에 따라 예외는 있고, 처한 상황에 따라 바닥의 높이는 다를 수 있겠지만 평균적으로는 부와 건강,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이 시기의 불행감이 가장 크다고 한다. 'U'자형 행복곡선의 양쪽 끝에는 어떤 연령이 있을까? 통상적으로 왼쪽 끝에는 20 언저리가 놓이고, 오른쪽 끝에는 60대 중반부터 70대 초반을 아우르는 10여년이 있다. 흥미롭다.
어제 인문 일기에 이야기 했던, <오징어게임> 드라마가 불편하다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었다. '이 쪽에서의 생각, 저쪽의 사실.' 흥미로운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주 경험하는 차이이다. 나는 이곳에서 저곳을 이리저리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면 그곳의 사정이 크게 다른 경우가 그렇다. 하늘 아래 어느 땅도 바람과 소니가 내리지 않는 곳은 없다. 그러나 "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으로 이곳 저곳 다 사랑하며 왔다 갔다 하리라.
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에게/김지향
그대는
사람들의 이름에 오르내릴 때만
빛나는 이름
사람의 무리가
그대 살을
할키고 꼬집고 짓누르고
팔매질을 해도
사람의 손만 낡아질 뿐
그대 이름자 하나
낡지 않음
하고 우리들은 감탄한다.
그대가 지나간 자리엔
반드시 자국이 남고
그대가 멈추었던 자리엔
반드시 바람이 불어
기쁘다가 슬프게 패이고
슬프다가 아픔이 여울지는
이름
그 이름이
가슴에서 살 땐
솜사탕으로 녹아 내리지만
가슴을 떠날 땐
예리한 칼날이 된다
그렇지 그대는
자유주의자 아니 자존 주의자이므로
틀 속에 묶이면 자존심이 상하는 자
틀 밖에 놓아두면
보다 더 묶임을 원하는 자.
그대를 집어 들면
혀가 마르거나
기가 질려 마음이 타버리거나
한다고 우리는 때때로 탄복한다
그렇지 사랑의 이름이
사랑이기 때문.
실은 사랑이 슬픔 속에 자라지만
기쁨 속에 자란다고 진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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