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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도나 마르코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프지 않아도 해마다 건강 검진을 받아보고, 목마르지 않아도 물을 많이 마시며, 괴로운 일이 있어도 훌훌 털어버리는 법을 배우며, 양보하고 베푸는 삶도 나쁘지 않으니 그리 한 번 살아보세요. 돈과 권력이 있다해도 교만하지 말고, 부유하진 못해도 사소한 것에 만족을 알며, 피로하지 않아도 휴식 할 줄 알며,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또 운동하세요. (…)

건강에 들인 돈은 계산기로 두드리지 말고요. 건강할 때 있는 돈은 자산이라고 부르지만, 아픈 뒤 그대가 쥐고있는 돈은 그저 유산일 뿐입니다. (…) 내가 죽으면 나의 호화로운 별장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살게 되겠지. 내가 죽으면 나의 고급 차 열쇠는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겠지요. 내가 한때 당연한 것으로 알고 누렸던 많은 것들.... 돈, 권력, 직위가 이제는 그저 쓰레기에 불과할 뿐… 그러니 전반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너무 총망히 살지들 말고. 후반전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아!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행복한 만년을 위해, 지금부터 라도 자신을 사랑해 보세요.

전반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던 나는, 후반전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패배로 마무리 짓지만, 그래도 이 편지를 그대들에게 전할 수 있음에 따뜻한 기쁨을 느낍니다.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며 살아가기를. 힘없는 나는 이제 마음으로 그대들의 행운을 빌어줄 뿐이요!"

지난 10월 25일 삼성 이건희 회장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러자 어제 26일에는 SNS를 통해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글 올라왔다. 그런데 가짜 편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내용은 가슴을 잔잔하게 울릴 만한 것들로 채워져 있어, 나도 한 번 읽게 되었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했고, 6년5개월간 병상에 누워있으면서 그가 했다는 '말' 또는 '글'은 어떤 형태로도 단 한 차례도 전해진 적이 없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임종 전에 유언했거나, 글을 남겼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 글은 1년 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 등에 확산됐다가 진위를 의심받았던 적이 있다.

오늘 아침 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날 새벽 3시에 썼다는 미국 시인 도마 마르코바의 것이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챙김의 시>에서 가져왔다. 사진은 지난 주일에 늘 산책하는 탄동천에서 찍은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삼성의 공과를 떠나서. 삼성에 대한 비판과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는 두 개의 글을 시 다음에 공유한다.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도나 마르코바

나는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넘어지거나 불에 델까
두려워 하며 살지는 않으리라.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
내 삶이 나를 더 많이 열게 하고,
스스로 덜 두려워하고
더 다가가시 쉽게 할 것이다.
날개가 되고
빛이 되고 약속이 될 때까지
가슴을 자유롭게 하리라.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으리라.
씨앗으로 내게 온 것은
꽃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로 가고
꽃으로 내게 온 것은 열매로 나아가는
그런 삶을 선택하리라.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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