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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논어 새로 읽기/권순진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25일)

나는 몇일 동안 '도가구계(道家九階)', 즉 도에 이르는 9 계단을 살펴보고 있다. 그 9 단게는 다음과 같다. 글을 눈으로 읽음-구송함-글의 문맥을 잘 살펴봄-글에 숨은 내용을 잘 알아들음-일을 잘 실천함-즐겁게 노래를 잘함-그윽함-빔-시원'이다.

위에서 말하는 도에 이르는 아홉 단계는 글을 읽되(부묵) 거기에 얽매이지 말고 읽어라. 그것을 오래오래 구송하고(낙송), 맑은 눈으로 그 뜻을 잘 살핀 다음(첨명), 그 속에서 속삭이는 미세한 소리마저도 알아들을 수 있게 바로 깨닫고(섭허), 그 깨달은 바를 그대로 실천하고(수역), 거기에서 나오는 즐거움과 감격을 노래하라(오구). 그리하면 그윽한 경지(현명), 조용하고 텅 빈 경지(삼료)를 체험한 다음 시원의 도와 하나되는 경지에 이르리라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도(道)가 전수되는 9단계의 과정을 나누어서 몇일 동안 살펴보는 중이다. 오늘은 3단계 이야기를 해 본다. 첨명(瞻明)이다. 첨명에서 첨자는 볼 첨(瞻)자이다. 그러니까 명(明)을 볼 줄 아는 거다. 나는 '명(明)' 자를 좋아한다. '상극의 일치(一致)'라는 말이 최근 나의 화두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롭고 싶으면, 사물의 한 단면만을 보고 거기에 집착하는 옹고집과 다툼을 버려야 한다. 사물을 통째로 보는 것이 '하늘의 빛에 비추어 보는 것, 즉 '조지어천(照之於天)'이고, 도의 '지도리'(도추道樞, pivot, still point)에서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실재를 있는 그대로 그렇다 함(인시,因是)이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마음(명,明)이다.

명(明)은 밝을 ‘명’자라고 한다. ‘밝다’의 반대는 ‘어둡다’이다. 명자를 풀이하면, 달과 해가 공존하는 것이다.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것을 우리는 흔히 ‘안다’고 하며, 그 때 사용하는 한자어가 지(知)이다. 안다고 하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평생을 안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고 외치다 죽은 이유를 난 알겠다. '명'자는 그런 기준을 세우고, 구획되고 구분된 ‘앎(知지)’를 뛰어 넘어, 두 개의 대립면을 하나로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명확하지 않은 경계에 서거나 머무는 일이다. '명'자를 <<도덕경>> 제22장에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불자현고명 不自見故明
불자시고창 不自是故彰
불자벌고유공 不自伐故有功
불자긍고장 不自矜故長"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니 밝고, 즉 명이고, 스스로 옳다 하지 않으니 빛난다. 세계와 다른 사람을 자기의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야 ‘명’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자기를 뽐내며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공이 있게 되고, 자기를 내세우지(자만하지) 않으니 으뜸(리더)이 된다."는 말이다.

제33장에서 또 명(明)에 대해 설명한다. "지인자지, 자지자명(知人者智 自知者明)." 타인을 아는 자는 지혜로울 뿐이지만, 자신을 아는 자라야 명철(明哲)하다(밝음이다). "승인자유력, 자승자강(勝人者有力, 自勝自强)" 타인을 이기는 자는 힘이 센 데 불과하지만, 자신을 이기는 자라야 진정한 강자이다. 이 두 문장을 읽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알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나는 나를 되돌아 본다는 것이 구심력을 유지하는 것이고, 타인을 바라보는 것은 원심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서야 자신을 깊이 되돌아 보는 묵상이 더 중요한 이유를 깨달았다.

논어 새로 읽기/권순진

사람이 칠십까지 살아 내기가 여의치 않았던 시절
그 나이라면 가르칠 일도 깨우칠 것도 없었겠다.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다 알아차려야 한다 했으니
그 문턱 넘은 뒤로는
다만 제각기 붙은 자리에서
순서대로 순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귀가 순해지는 이순耳順에 앞서
쉰 다섯 즈음엔 입이 순해지는 구순口順이어야 지당하고
귀와 입이 양순해진 다음에는 눈의 착함이 순서란 말이지
예순 다섯 안순眼順은
세상으로 향하는 눈이 너그러워질 때.

입과 귀와 눈이 일제히 말랑말랑해지면
좌뇌 우뇌 다 맑아져서 복장 또한 편해지겠거늘

아직도 주둥이는 달싹달싹
귓속은 가렵고 눈은 그렁그렁
찻잔 속 들여다보며 간장종지만 달그락대고 있으니.

네 번째 층위인 섭허(攝許)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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