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밤 늦게 까지 양정무 교수의 <미술이야기 1>을 읽었다. 유투브를 통해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밤 새는 줄 몰랐다. 이 책에서 만난 글이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저 세상에 가면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할 거라고 믿었지. '인생에서 기쁨을 찾아냈는가?'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는가?'" 영화 <버킷 리스트>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바(bar)를 하다 보면, 주인을 기쁘게 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손님을 기쁘지 않게 하는 손님이 있다. 후자의 사람들은 자기가 손님이라고 '갑 질'을 한다. 그런 손님은 주인을 함부로 시켜 먹는다. 그 것까지는 좋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짜증낸 나도 잘못이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 가는 대로 산다. 그렇지만 오늘 이후에는 나부터 기회 되는 대로, 틈나는 대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생각이다. 신에게 "예"라고 대답하기 위해.
프랑스의 서비스 정신에서는 - 물론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이라는 가정이 필요하겠지만 -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돈을 내는 손님과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나 재화를 제공하는 사람, 즉 소위 말하는 ‘갑을’ 관계보다 우선한다. 프랑스에서는 손님도 사람이고 상인·점원도 사람이다. 주인이 되었건, 점원이 되었건 가게를 지키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사도 없이 남의 가게에 불쑥 들어오는 사람은 손님이기 이전에 일단 “무례한 사람”이다. 그리고 프랑스인들은 대체로 “무례한 사람”을 무척 싫어하고, 싫은 마음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거나 인색함이 없다. 더구나 이런 무례한 사람이 제멋대로 ‘남’의 물건을 만지고 훑어 보다가 인사도 없이 쓱 나가 버린다면? 좋은 대접 받기를 기대하기가 더 이상하지 않느냐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생각이다.
프랑스 레스토랑의 ‘도도한 서비스’는 유명하다. 그 철학은 나를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높이는 것이 아닌, 나를 높임으로써 오히려 상대방을 더욱 높이는 서비스 정신이다. ‘도도함’과 ‘불친절’은 엄연히 다르다. 도도하면서도 친절한 서비스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불친절하면서 도도하기까지 하면 그건 그냥 싸가지가 없는 거다. 물론 프랑스에도 이런 ‘불친절하기만 한’ 식당들도 적지 않다. 언뜻 이해가 안 간다면, “당신들은 돈 내고 매상 올려 주는 손님들이고 우리는 돈 받고 일하는 직원들이니 속으로는 피곤하고 짜증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겉으로는 웃으며 최선을 다한 친절로 모시겠습니다”라는 태도와, “당신들을 서빙하고 있는 나는 단순히 주문을 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방장의 요리 철학을 당신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라는 태도를 비교해 보면 어떨까.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후자의 경우를 훨씬 더 대접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공유한 이 이야기는 프랑스에 살고있는 곽원철이라는 분이 경향신문의 <다른 삶>이란 칼럼에서 쓴 내용이다. 그는 칼럼 끝에서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인들이 혁명 이후 극심한 혼란의 과정을 거쳐 위계에 의한 어떤 권위도 인정되지 않는, 오로지 시민들 간의 상호 존중에 근간한 관계의 틀을 재정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관계의 재정립이 다만 정치권과 국가 권력 체계뿐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생활에까지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나는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매일 저녁/이태리타월로 문지르고/핸드크림을 발라도 소용없는/그 노동의 슬픔"을 즐긴다. 그래 말레네 뤼달에게서 배운, 나의 <행복 십계명>을 다시 써 본다.
(1) 나는 나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이다. 나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2)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사회안에는 반드시 내 자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생각 당하지 않는다.
(3) 나는 사회적 규범과 압력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갈 길은 내가 정한다. 건강을 유지하며 일을 해서 독립하고, 자유를 얻는다.
(4) 나에게는 항상 플랜 B가 있다. 실패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다.
(5) 내 일상에서 싸워야 할 대상은 내가 선택한다. 나는 최고가 아니어도 만족한다.
(6) 나는 나 자신에게 정직하다. 그리고 믿음이 아닌 관찰과 증거로 얻은 진실만을 인정한다. 그런 가운데, 네가 잘 지내야 나도 잘 지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공동체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7) 나는 현실적인 이상주의를 지향한다. 현실주의자로 건강과 일의 균형을 이룬다.
(8) 나는 현재를 살고 있다. 지갑을 채우기보다 나 자신의 길을 간다.
(9) 내 행복의 근원은 여러 군데에 있다. 내가 뛰어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0)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그 사랑의 관계 속에서 내 역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손/이정오
옆 가게는 강아지 카페다
그 사장님은
열심히 일한 흔적을 지우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찜질방에 간다
“이것 봐라 이것 봐”
손등을 펴 보이며 하는 목소리
창피해서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개 고양이에게 수없이 할퀸 자국
예쁘다 예뻐
지금껏 나도 그래왔듯
거칠어진 손
선뜻 다른 사람에게 내밀지 못하는
저 심정을 안다
매일 저녁
이태리타월로 문지르고
핸드크림을 발라도 소용없는
그 노동의 슬픔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이정오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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