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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무엇을 볼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2146.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0월 16일)

우리가 보는 대상 중에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충분한 성공과 가치를 이루어 내지 못한 현재의 삶을 깎아내리는 대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일들을 찾는 거다. 이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다. 관조의 단계이다.  어제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점검에서 미래는 과거와 비슷하다. 미래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는 고정되어 있고, 미래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언제나 결함이 있다. 그러나 현재 상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나아가려는 방향이다. 행복은 산 정상에서 느끼는 잠깐의 만족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길에서 느끼는 희망이다. 행복은 희망에서 나온다. 그 다음은 행동하는 거다. 우리는 하루 동안 오백 번의 결정을 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긴다. 그 결정과 행동을 좀 더 나은 것으로 선택한다. 그래서 내일 내가 어제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면이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남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오로지 나만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그리고 거창한 목표 대신 작은 목표를 세운다. 사실 우리는 능력에 한계가 있고, 쉽고 편한 걸 좋아하며, 걸핏하면 자신과 남을 속이려 하고, 잘 안 되면 세상과 남을 탓하며, 어지간하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아주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는 거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침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내가 되자!"고 다짐하고,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인가? 성공했을 때 어떤 보상으로 나를 격려해 줄까? 묻는다. 그러다 보면 삶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 높고 가치 있는 목표에 눈길이 간다. 우리는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다시 말하면, 목표가 바뀌면 보이는 게 바뀐다. 원하는 것이 바뀌면 보이는 것도 바뀌는 법이다. 이런 결론을 내려고 길게 끌고 온 논리이다.

목표에 따라 보이는 게 달라진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이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다.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는 '지속적인 부주의에 의한 맹시(사물을 보고 있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로 흔히 '부주의 맹'이라 한다)라는 심리 현상을 연구한 것이다. '부주의 맹'은 인간의 특징 중 하나이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부주의 맹'이 일어나는 이유는 시각이 매우 복잡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시각은 정신 생리학적으로나 신경학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감각이다.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투명한 신경조직이다. 망막이 빛을 받아 이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이 망막 한 가운데에 있는 '중심와(황반)'이다. 망막으로 들어 온 빛은 '중심와'에서 초점을 맺는다. '중심와'가 고해상도로 빛을 처리해 주는 덕분에 사물을 세밀하게 구별하고 얼굴과 형체 등을 인식할 수 있다.

좀 복잡한 것 같지만, 알아 두면 좋다. 그래도 시각 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한 거다. 자세히 보면 훨씬 더 복잡하다. 중심와를 이루는 세포들이 시각 과정의 첫 단계를 처리하는데, 시각 피질에 있는 만 개의 세포가 관여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또 만 개의 세포가 추가로 필요하다. 만약 망막 전체가 중심와로 되어 있다면, 뇌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커졌을 것이고, 그랬다면 인간의 모습은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을 닮았을 것이다. 따라서 뭔가를 보려면 대상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하는 거다.  인간의 시각이 감지하는 대부분은 주변적이고 해상도가 떨어진다. 중요한 것들만 '중심와'가 처리한다. 목표로 삼은 대상을 고해상도로 처리하는 데 시각 능력이 집중된다. 그 외의 다른 것들은 대부분 눈에 뜨지 않고 사라진다. 그래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관찰 능력이 필요한 거다. 아니면, 어떤 대상에 목표를 정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세계를 견뎌낸다. 개인적인 관심사에만 집중하며 나머지는 무시한다.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것에만 시선을 둔다. 그걸 방해하는 장애물은 눈에 들어오지만 그 밖의 것들은 보지 못한다. 그러니까 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무엇을 볼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특히 인간은 욕망 때문에 눈이 멀어 사물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목표를 분명하게 보게 된 대가로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한 시각을 잃는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우리가 위기에 빠졌을 때이다. 삶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나오고 보인다. 그런데 그런 문제들은 어쩌면 자신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 때문에 시작됐을 지 모른다. 욕망 때문에 눈이 멀어 버린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정작 우리들 코 앞에 있는데, 시선이 오로지 목표에만 가 있어 못 보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를 얻으려면 무엇인가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이를 사자성어로 '염일방일(拈一放一)'이라 한다. '하나를 집기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놓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하나를 쥐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하나를 쥐려고 하면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것까지 모두 잃게 된다는 고사성어는 그 외에도 '일리일해(一利一害), '일득일실(一得一失)'이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다가 하나도 못 잡는다'는 우리나라의 속담처럼 너무 욕심을 부려 한꺼번에 모두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언덕길을 잘 오르려면 내려놓는 법을 잘 알아야 하는 것과 같다.

그 방법은 이런 것이다. 인생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으며, 위기를 맞아 패배주의에 빠지기 전에, '인생에는 잘못이 없다. 문제는 나한테 있다'라고 생각하면, 적어도 여러 선택지가 생긴다. 인생이 꼬이고 있다면 자신의 지식이 불충분하기 때문이지 삶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자신의 가치 체계를 바꾸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것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못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려져 있던 것들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도 비로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원할 때에만 이런 노력도 효과를 발휘한다.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활력을 되찾아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어지러운 정신을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더 좋은 삶은 책임질 것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의미하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큰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만 부질없는 삶의 고통을 끝낼 수 있고, 오만과 기만, 원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바라기만 하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살면, 우리는 세상의 도움을 받거나 세상에 배신을 당하거나 둘 중 하나의 결말을 보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세상과 춤을 추려고 한다면 춤을 출 수 있다. 우리는 보려고 하는 것만 본다. 그 밖의 대부분의 세계는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다른 것을 보고자 한다면, '더 좋은 삶을 살고 싶다'라는 목표를 세우면, 우리의 정신은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정보를 들고 나타날 것이다. 그 정보를 활용해 움직이고, 행동하고, 관찰하고,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또 다른 목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게 될 것이다.

구하라. 그래야 너희가 받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그래야 너희에게 문이 열릴 것이다. 간절하게 구하고 힘껏 두드려야 비로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얻는다. 우리 개개인의 삶이 조금씩 나아지면 이 세상도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할 것이다. 위대한 개인이 위대한 사회를 만드는 거다. 

오늘 아침 사진도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살아있는 전망대, 2021>에서 찍은 것이다. 아침 시는 오세영 시인의 것이다. "산다는 것은"  다른 목표, 더 높은 목표를 보고 향해 전진하는 거다. 오늘 아침 사진처럼.


산다는 것은/오세영


산다는 것은 
눈동자에 영롱한 진주 한 알을 
키우는 일이다.
땀과 눈물로 일군 하늘 밭에서  
별 하나를 따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가슴에 새 한 마리를 안아
기르는 일이다.
어느 가장 어두운 날 새벽
미명(未明)의 하늘을 열고 그 새 
멀리 보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손 안에 꽃 한 송이를 남몰래 
가꾸는 일이다.
그 꽃 시나브로 진 뒤 빈주먹으로 
향기만을 가만히 쥐어 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그래도 산다는 것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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