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4일)

지금 우리는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중 네 번째인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자신하고만 비교하라"는 규칙을 말하고 있다. 오늘 이 네 번째 법칙은 마친다.
오늘은 우선 인간의 욕망과 욕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굶주림과 외로움, 갈증과 성욕, 공격성, 두려움과 고통을 느낀다. 이런 욕망과 욕구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 요소이다. 이런 원초적인 욕구를 잘 분류하고 정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의 욕망을 나의 다른 욕망과 충돌하고, 다른 사람의 욕망과 경쟁하며, 더 나아가 세계 전체의 욕망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아내서 정리한 다음, 우선순위를 정하고 서열을 매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욕망이 세련되게 다듬어져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작동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욕망은 질적인 상승을 거듭하고, 더 높은 가치를 행해 움직이며, 궁극적으로는 도덕성을 갖추게 된다. 오늘의 화두는 옳고 그름, 도덕성에 대한 담론이다. 그전에 욕구와 욕망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와 이론들을 좀 공유해 본다.
내가 대학원 시절에 배운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 이론"을 소환한다.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에서 한 말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주체-중개자-대상'이라는 삼각형 구조를 갖는다. 곧 나는 항상 중개자가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 그럼으로써 대상에 다가간다. 마치 기사소설을 읽고 진정한 편력기사가 되길 원하는 돈키호테가 전설적인 기사 아마디스의 삶을 욕망하는 것과 같다. 파리 사교계를 열망하는 <<보바리 부인>>의 엠마는 연애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삶을 욕망한다. 그 여자들의 모든 것을 모방한다. "엠마-여주인공들-파리 사교계'라는 욕망의 삼각형이 형성된 셈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욕망이란 단지 "타인을 따르는 욕망"으로서 '사회적 산물'에 불과하다.
문제는 욕망이 종종 우리를 파멸로 몰아가는 폭군이라는 데에 있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인간의 요구를 욕구와 욕망으로 구분했다. 예컨대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으려는 것은 욕구이지만, 즐기기 위해 음식을 먹으려는 것은 욕망이다. 더위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옷을 입으려는 것은 욕구이지만, 사치하기 위해 화려한 옷을 찾는 것은 욕망이다. 이러한 욕구는 생리적 욕구로서 노력하면 어떻게든지 만족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욕망은 정신적 요구로서 어떻게 해도 만족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니 욕구는 채우되 욕망을 버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욕망은 영어로 desire(프랑스어로는 envie)이고, 욕구는 need 혹은 want(프랑스어로 besoin)이다. 욕구는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결여를 충족시키는 과정이라면, 욕망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결핍을 채워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과정이다. 욕구는 생존과 같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면 욕망은 행복 추구와 같이 '있으면 좋은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욕구는 뭔가 결핍이 생긴 상태를 의미하고, 욕망은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갈구하는 상태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도 구별하기 힘들다면, 욕구는 무의식적으로 결핍된 상태를 채워서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이고, 욕망은 자기 스스로, 즉 의식적으로 부족을 느껴서 탐하는 것이므로 욕구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참고로 탐욕은 욕망을 뛰어 넘어 남들이 보기에도 과도하게 욕망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 단계가 되면, 남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일 것이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단계로 분류했다. 먹고, 입고, 성욕을 느끼는 생존의 욕구, 이런 것들을 안정으로 받는 안정의 욕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관계의 욕구,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싶어 하는 존경의 욕구, 자신이 차별적 존재임을 실현해보고 싶은 자기 실현의 욕구가 그것이다. 여기서 생존과 안정의 욕구는 결핍의 욕구이고, 존경과 자아실현의 욕구는 생성의 욕구이다. 관계의 욕구는 결핍의 욕구이기도 하고 생성의 욕구이기도 하다. 이 다섯 단계를 다시 정리해 본다.
(1) 생리적 욕구(식욕, 수면 욕, 성욕): 세포적 레벨의 건강함의 항상성 유지
(2) 안전의 욕구(질서, 안정된 수입, 나를 지켜주는 지도자): 개체적 라벨
(3) 소속과 애정의 욕구(친밀감, 배려, 재미, 애정, 호감, 남들과 원만한 관계): 사회적 레벨(수평)
(4) 자존의 욕구(타인으로부터 높은 평가와 존경을 원하는 욕구): 사회적 레벨 (수직)
(5) 자아실현의 욕구(끔을 실현): 역사적 레벨(시간 초월)
들뢰즈는 인간을 욕망하는 기계라고 규정하고, 욕구와 욕망 사이의 연결을 시도했다. 생존의 욕구나 안정의 욕구처럼 존경의 욕구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기계적 일상처럼 반복하는 삶을 통해 더 나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오늘은 어제가 개천절 국경일인데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대체휴일이다. 가을이 깊어 가는 시기인데, 오늘은 날이 흐렸다. 나는 이쯤 내면 다시 기억하고 싶은 시가 있다. <가을의 문턱에서>이다.
가을의 문턱에서/김보일
무엇에 지칠 만큼 지쳐보고서 입맛을 바꾸어야지, 무엇을 한 번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이거저거 집적대는 것은
자연(自然)이 젓가락을 움직이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초록이 지쳐 단풍든다는 말이 자연의 이치를 여실하게 드러내 주는 말은 아닐지. 영과후진(盈科後進), 물은 웅덩이를 다 채우고 흘러간다던가. 지칠 만큼 여름이었고, 벌레들은 제 목청을 다해 울었으니 이제 가을도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가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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