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3일)

지금 우리는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중 네 번째인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자신하고만 비교하라"는 규칙을 말하고 있다.
인간은 시각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관심이 있는 대상에 눈길을 보내고 다가가서 살펴보고 만져 보고 소유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보려면 먼저 대상을 정해야 한다. 그래서 항상 뭔가를 목표로 삼아 눈길을 보낸다. 그건 인간이 수렵과 채집에 길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수렵은 표적을 정해서 돌멩이 같은 무기를 던져 맞히는 행위이고, 채집은 대상을 줍고 뜯는 행위이다. 그래 우리 인간은 목표를 향해 돌이나 창, 부메랑을 던지는 행위에 익숙하다. 던지고 쏘는 대상은 그것만이 아니다. 한턱을 쏘고, 질문을 던지고, 돈을 투자하고, 물량도 투하한다. 표적을 맞히거나 점수를 올리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하거나 죄를 짓는다. 영어의 죄(sin)이 '과녘을 벗어나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A'라는 지점에 있고, 동시에 'B'라는 지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늘 건너가는 존재이다. 여기서 'A'는 기준에 못미치는 지점이고, 'B'는 지금보다 더 나은 지점이다. 우리 자신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역시 불충분한 상태로 보기 때문에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시도한다. 그때 현재 상황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바로 알지 못하고, 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바른 행동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바로 본다는 것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깨달음과 실천의 시작은 바로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리 가치 판단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시작하면, 내 삶을 주인공으로 살아가게 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성질이 급하다. 진짜 다이내믹하고, 한 번에 올인하는 기질도 있고, 굉장히 낙천적이긴 한데 근본적인 통찰 같은 건 약하다.
어쨌든 본다는 것은 대상을 정했다는 거다. 그러나 그 대상을 '보기'에서, 그 말의 깊이는 다르다. 나는 다음 4 가지로 층위를 나뉘어야 한다고 늘 주장한다. (1) 그냥 보다 (2) 자세히 보다 (3) 관찰하다. (4) 관조하다. 뿐만 아니라, 그 대상 중에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충분한 성공과 가치를 이루어 내지 못한 현재의 삶을 깎아내리는 대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일들을 찾는 거다. 이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다. 관조의 단계이다. 그런 점검에서 미래는 과거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래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는 고정되어 있고, 미래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언제나 결함이 있다. 그러나 현재 상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나아가려는 방향이다. 행복은 산 정상에서 느끼는 잠깐의 만족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길에서 느끼는 희망이다. 행복은 희망에서 나온다.
그 다음은 행동하는 거다. 우리는 하루 동안 오백 번의 결정을 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긴다. 그 결정과 행동을 좀 더 나은 것으로 선택한다. 그래서 내일 내가 어제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면이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남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오로지 나만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그리고 거창한 목표 대신 작은 목표를 세운다. 사실 우리는 능력에 한계가 있고, 쉽고 편한 걸 좋아하며, 걸핏하면 자신과 남을 속이려 하고, 잘 안 되면 세상과 남을 탓하며, 어지간하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아주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는 거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침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내가 되자!"고 다짐하고,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인가? 성공했을 때 어떤 보상으로 나를 격려해 줄까? 묻는다. 그러다 보면 삶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 높고 가치 있는 목표에 눈길이 간다. 우리는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다시 말하면, 목표가 바뀌면 보이는 게 바뀐다. 원하는 것이 바뀌면 보이는 것도 바뀌는 법이다.
목표에 따라 보이는 게 달라진다는 거을 증명한 실험이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다. 대니얼 사이먼스는 '지속적인 부주의에 의한 맹시(사물을 보고 있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로 흔히 부주의 맹이라 한다)라는 심리 현상을 연구한 것이다. 부주의 맹은 인간의 특징 중 하나이다.
글이 길어진다. 오늘의 시를 한 편 공유하고, 시각이라는 감각이 일어나는 복잡한 구조를 통해 '부주의맹'이 일어나는 현상을 살펴본다. 나는 이점이 늘 궁금했다. 왜 눈을 떴는데, 그걸 보지 못하는 걸까? 그 문제이다. 세상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눈 앞에서 사라진 것들이 많다.
연속되는 연휴인데,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아직도 이동이 불편하다. 배철현 교수는 거리두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이다. 나는 이 말을 '물리적 거리 두기'로 바꾸었으면 한다. 두 번째는 '다른' 자신의 삶을 응시해 군더더기가 없는 삶으로 전환하는 '생활 속 거리 두기'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이 '수동적인' 거리두기는 개인의 자발적이며 능동적인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을 통해서만 성공한다. 배철현 교수가 말하는 개인의 '생활 속 거리 두기'란 자신의 언행을 깊이 관찰하는 '자기 응시'가 필수다. 인간은 어제의 습관대로 오늘 행동하기 마련이다. '생활 속 거리 두기'란 그런 어제의 삶을 지속하고 연명하려던 자신을 연민의 눈으로 보는 행위다. 그런 과거의 자신의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천천히 복기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고 감동적이지 않은 언행을 버리겠다고 다짐하는 결심이다. 그래 내일도 대체 휴일로 연휴인데, 동네에서 그냥 놀고 있다. 그래도 할 일은 많다.
오늘은 개천절로 국경일인데, 일요일이라 내일이 대체 휴일이다. 개천절(開天節)은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린 날이다.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개국한 날이다. 왜 개천(開天)인가? 환웅이 천신인 환인의 뜻을 받아 처음으로 하늘 문을 열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BC 2457년 음력 10월 3일을 뜻한다. 그래 오늘 아침 사진은 언젠가 찍어 둔 하늘을 공유한다. 그런데 개철철의 의미와 행사들도 사라진 목록 중의 하나이다.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과 이화세계)이치를 세상에 구현하다)는 우리 한민족의 뿌리 고조선의 건국이념이념이다. 국정목표로 홍익인간도 좋지만 이화세계는 더 좋다. 이치, 즉 진리의 세상을 이땅에 구현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진리와 먼 편견, 거짓, 불법, 불평등이 나무한다. 그렇지만 오늘이라도 우리 조상들의 건국 이념을 되새기는 날이었으면 한다.
사라진 것들의 목록/천양희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목포댁 재봉틀 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도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지고 고전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상영관 아카데미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오늘의
뒤켠으로 사라진 것들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런데 왜 옛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일까
어느 끈이 그렇게 길까 우린 언제를 위해 지금을
살고 있는지 잠시 백기를 드는 기분으로
사라진 것들을 생각하네
내가 나에게서 사라진다는 것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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