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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하루/이남일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8월 25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도시를 이끌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수사학(修辭學)이라고 여겼다. 수사 능력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타인을 설득하는 능력으로 다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로고스(논리), 에토스(화자의 성품), 파토스(감정)을 제시했다. 설득의 성패는 논리가 결정적일 것 같지만, 이외로 누가 말하는 지와 감정적인 호소도 크게 작용한다. 이는 사람을 평가할 때도 예외가 아니며, 고난 끝에 황제에 오른 유비처럼 굴곡진 사연은 우리에게 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에토스(ethos), 로고스(logos), 그리고 파토스(pathos). 이 세 가지 수사학적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이 일상의 습관에서 나오는 언행이며, 로고스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이성적인 판단과 대화다. 파토스는 그 사람에 대한 평판에서 나오는 아우라다. 파토스는 흔히 '감동'이라고 번역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 가지 중 '에토스'를 가장 중요한 수사 능력일 뿐만 아니라, 온전한 인간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에토스는 로고스와 파토스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이다. 에토스는 마치 어머니의 자궁과 같아서 로고스와 파토스가 자라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나는 '에토스'를 '인격(人格)'이나 '품격(品格)'으로 번역한다. 에토스는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만일 누가 인격이 훌륭하다고 말할 때, 그 인격은 무형이다. 만일 누가 품격을 지녔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의 품격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에토스'라는 단어는 그리스 최초의 문헌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말들이) 거주하는 장소'란 의미로 등장한다. 트로이 전쟁에 나선 그리스 연합군, 특히 아킬레우스와 그의 군대의 군인들은 모두 기마병들이다. 이들이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분신인 말을 준마로 훈련시켜야 했다. '일리아스'에서 '에토스'는 여느 장소가 아니다. 야생에 살던 말들이 오랜 훈련을 통해 전차를 끄는 명마로 거듭나는 특별한 공간이다. 말들은 '에토스'에서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습득하고 장점을 살려, 탁월한 준마(駿馬)로 변모한다.

에토스는 고대 인도에 등장한 요가(yoga) 개념과 유사하다. 요가는 원래 야생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코와 목에 거는 '고삐'였다. 말이 전투에 투입됐을 때, 말은 기마한 용사와 한 몸이 돼 간결하고 강력하게 움직여야 한다. 에토스는 그 말이 내뿜는 어떤 아우라다. 에토스는 오랜 훈련을 거쳐 완성되는 그 개체의 품격이다. 그것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4년 동안 훈련한 마라톤 선수가 풍기는 위용과 같다. 오늘 아침은 너무 어려운 말이다. 오늘 아침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에토스라는 말은 흔히 습관 혹은 윤리로 번역된다. 개인의 사소한 생각이나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은 무작위로 나온 것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 습관을 그 사람의 윤리 혹은 도덕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하루를, 순간 순간을 즐겁게, 그리고 여기, 이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하루/이남일

눈을 뜨자 새벽은 또
하루치 시간을 밀어 놓고 간다.
늘 상 해야 할 일과
불쑥 떠안아야 할 시간을

톱니 같은 일상을 떼어놓고
감칠 맛 나는 식사 시간은 길게
음악을 곁들인 티타임은 짧게
유리알 세듯 일감을 배분하고 나면
시간 보내기 하루는 숨이 가쁘다.

종일
일과 일 사이를 기다림으로 채우며
밀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지나온 나이에 노을 빛 하루가 보태 지고

행복의 뒤에서 바쁜 하루는
시간이 왜 가는지도 모르면서
내일을 위해
또 다시 목마른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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