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처서/정끝별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8월 23일)

오늘은 처서(處暑)이다. 처서(處暑)는 일 년 24절기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다리는 절기이다. 더위에 지칠 만큼 지치고 나면 한 번쯤 챙겨 보는 게 처서이다. 가을이 기지개를 켠다는 입추(立秋)와 이슬이 서리를 흉내 내 흰색을 띠기 시작한다는 백로(白露) 절기 사이에 들어 있는 게 처서이다. 그 `처(處)’ 자의 새김(訓) 중엔 `그치다’는 뜻도 있어 `더위가 그친다’는 절기이다.  ‘더위(暑)가 그친다(處)’는 글자 그대로 더위가 물러가는 날이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라 한다. 그런데 오늘 일기예보는 비가 내린다고 한다.  칠석에 음양을 맞추었다면, 처서 시기에는 숙성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태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지만 햇살은 땡볕처럼 왕성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처서에 장 벼 패듯'이란 표현은 무엇이 한꺼번에 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처서 무렵 빠르게 성장하는 벼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이다. 벼 뿐만 아니라,  이 시기의 만물은 외적 번성보다는 스스로 내적 성숙을 지향한다. 농가에서는 ‘어정 칠월, 동동 팔월’ 또는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라는 말을 한다. 칠월은 한가해 어정거리고, 팔월은 추수 일손이 바빠 발을 동동 구른다는 의미와 그래도 추수는 건들거리며 쉽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고, 산소에 벌초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처서에 비는 도움이 안 된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우(處暑雨)’라고 하는데,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거나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고 한다. 오곡백과가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 결실을 맺는데, 비가 내리면 결실을 맺지 못하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위만 빼앗아 가고 얼른 비가 그치면 좋겠다. ‘처서에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는 속담은 농작물이 결실을 맺지 못하면, 결국 수입이 준다는 것이다. ‘농부는 곡식을 말리고, 부녀자는 옷을 말리고, 선비는 책을 말린다'는 처서 풍속은 처서를 맞는 의례였다. 이처럼 선인들은 선선한 바람이나 따가운 햇볕으로 눅눅해진 주변을 말리며 힐링의 계절 가을을 맞았던 것이다. 이 비 그치면 눅눅한 모든 것들을 말리고,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잘 맞이할 생각이다. 그런데 애석하게 태풍이 올라오며 비가 왼 종일 내린다. 사진은 복합와인문화공방 <뱅샾> 앞에 비를 맞고 있는 맥문동을 찍은 것이다.

처서/정끝별

모래내 천변 오동가지에

맞댄 두 꽁무니를
포갠 두 날개로 가리고
사랑을 나누는 저녁 매미

단 하루
단 한사람
단 한번의 인생을 용서하며
제 노래에 제 귀가 타들어 가며

벗은 옷자락을 걸어 놓은
팔월도 저문 그믐

멀리 북북서진의 천둥소리

다른 글들은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정끝별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처서 #거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