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8월 9일)

우리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태를 인내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야 한다. 이것을 '부정적 수용 능력'이라 한다. 이 말은 모순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자기 삶의 일부로 껴안으려는 삶의 태도이다. 자신이 처한 낯설고 힘든 경계가 사실은 자신만의 개성을 발견하고 드러낼 수 있는 심오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자신 앞에 놓인 불완전한 삶을 한결같은 인내로 거침없이 걸어가는 일이다. 절망의 순간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숭고함이다.
숭고함은 경계에서 노는 사람의 모습에서 나온다. 숭고함은 경계에서 노는 일이다. 경계를 넘어서려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계에서 놀아라." 그래야 '탁월한 시선'이 나온다.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라는 말이다. '도에 이르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나, 사람이 어느 쪽으로든 치우친 견해에 떨어짐이 없다면 쉽게 도에 이를 것이다.' 승찬선사의 말이다. 한쪽에 너무 깊이 발을 담그면, '시선'이 왜소해진다. 내가 "사는 이유"는 경계에 서는 일이다.
사는 이유/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 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 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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