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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장마/안수동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커다란 자연(自然)의 입장에서 보면, 인생에는 의미가 없다. 우리들의 삶도 지구상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순환의 미미한 사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미는, ‘사회적 존재와 자연의 일부’ 라는 인간의 두 가지 조건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에 따라 달라진다. 분명한 한 가지는 이름을 남기고 싶은 욕망, 이것이 '만악(萬惡)'의 근원인 "대문자 역사(The History)"(정희진)라는 사실이다. 가급적이 면,사는 동안 자연을 덜 망치고, 조용히 세상으로 잊혀지는 삶이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의미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시작하던 정희진 선생의 글은 <녹색평론> 편집장이셨던 김종철 교수님에 대한 오마쥐(hommage) 였다. 한국 사회에서 ‘주변적 이슈'인 생태와 인문을 주제로 한 정기간행물을 173호(2020년 7월/8월)까지 <녹색평론>은 한 권 한 권이 단행본이었고, 선생님은 173권의 '편 저자'이셨다. 기획, 편집, 엮는 일보다 단독 저서 쓰기가 훨씬 편하다. 당신은 한국 사회의 일방향성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이들을 발굴하고 조직하셨다. 그 과정에서 자신 또한 한국 사회에서 드물게 ‘사상 가’가 되셨다.

삶은 무의미하지만 이 진실을 의식하면서 살 수는 없었기에, 우리 인간들은 의미라는 가상의 장치를 만들었다. 그런데 물질문명이라는 ‘의미’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더 큰 재앙을 대비하며 이 여름을 지내고 있다. 코로나-19의 충격 속에서 긴 장마와 엄청난 비로 휴가철도 잊고 지낸다. 그래 오늘 아침 시는 안수동 시인의 것을 골랐다.

김래호 친구는 이 아침에 노자(老子)를 부른다. "유생어무(有生於無)"는 내가 좋아하는 『도덕경』 40장이다.
반자, 도지동(反者, 道之動) 되돌아 가고 되돌아 오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고
약자, 도지용(弱者, 道之用)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도의 작용이다.
천하만물생어유(天下萬物生於有) 천하만물은 '있음'에서 생겨났고
유생어무(有生於無) 있음은 '없음'에서 생겨났다.

유생어무(有生於無), 즉 '없음에서 온 있음은 잠시 잠깐의 일이다. 천하 만물은 있음이 본질이고, 정신은 없음이 본질임을 깨쳐야 풍성해진다. 그래 김래호 친구가 주장하는 다음 말에 동의한다. "지금, 여기가 소중한 연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7월 31과 8월 1일은 다 '하나'이다. 그냥 오늘도 즐겁고,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리라. "세상에 놀라지 말고, 할 수 있는 일만 하자." 사람들은 '불금"이라 하지만, 나에게 오늘은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 모임)가 있는 오후와 저녁이다. 주제는 "건강을 지탱하는 두 가지 비밀-미생물과 근육(연사: 한국생명연 김창진 박사)이다. 없어질 존재지만, 있는 동안 건강해야 한다.

장마/안수동

줄창 울고는 싶었지만 참고
참은 눈물이 한번 울기 시작하니
도저히 멈춰지지가 않는 거지
누군가의 기막힌 슬픔은
몇 날 몇 밤을 줄기차게 내리고
불어터진 그리움이 제살 삭이는 슬픔에
이별한 사람들은 잠수교가 된다
해마다 7월이면
막혀 있던 둑들이 젖어
매일 하나씩 터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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