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7월 30일)

<<장자>> 외편 제12편인 "천지(天地)" 제1장에 "무심의 경지에 도달하면 귀신들까지도 감복한다"는 말이 나온다. 욕심을 비우면(마음을 비우면) 귀신도 항복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원문은 "무심득이귀신복(無心得而鬼神服)"이다. 오늘 이야기 할 욕심의 대상이 꼭 돈이나 명예 그리고 권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삶 그 자체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돈이 그렇듯이, 삶도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돈이 갖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듯, 삶은 갖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삶을 아껴 뒀다가 다 살지 못한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 한다. 아낌없이 살아낸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데 귀신인들 두려울 게 없다. 욕심만 버리면 정말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 오늘이 그렇게 살다 간 내 처 11주기이다.
날씨가 덥다. TV는 2020 도쿄올림픽 펜싱(fancing)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펜싱에는 플뢰레, 에페 그리고 사브르 총 3 개의 세부종목이 있다. 이를 구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공격의 유효면을 보는 것이다. 플뢰레가 몸통, 에페가 전신, 사브르가 몸통과 팔까지 포함한 상체이다. 또 플뢰레와 에페는 찌르기만 유효타인데 반해 사브르는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점수로 연결된다.
펜싱에서 쓰이는 용어로 "Touche(뚜쉐)"가 있다. 한국 말로 하면 과거분사로 수동적인 의미를 띤, '다았다, 맞았다, 찔렀다'쯤 된다. 펜싱은 찌른 사람이 아니라 찔린 사람이 '뚜쉐'라며 손을 들어 점수를 주는 시합이었다. 우리 사회는 '멋있게 지는 법'을 잃어버렸다. 우리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그 승리를 독점하고(승자독식사회), 게다가 그 승리를 지나치게 우상화하는 경향이 짙다.
갈치는 마치 칼 한 자루를 보는 것 같다. 실제로 프랑스어로 갈치를 '사브르(sabre)'라고 한다. sabre를 불한사전으로 찾으면, '검(劍)'과 '펜싱 종목의 하나'라고 풀이한다. 물 속에서 헤엄칠 때는 날아다니던 칼이, 죽어서 가만히 누워있다. 우리는 질 줄 알아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검"이 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오늘 공유하는 시는 짧지만, 긴 여운을 준다.
갈치/이진
죽어서야 한번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검(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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