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7월 28일)

몹시 덥다. 태양이 염소의 뿔도 녹일 태세이다. 그러나 두 겹도 아닌 한 겹으로 되어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속수무책이다. 어제부터 거리두기 4단계로 사실상 사람들을 못 만나게 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만날 사람은 다 만난다. 어제도 좋은 사람들을 오후에 그리고 저녁에 만나 서럽지 않게 지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이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신조어가 지금은 유행어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라! 우리 현대인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는 과도한 밀착과 극단의 고립, 둘 중의 하나였다. 화폐와 소비의 향연장은 과도한 밀착으로 이루어져 있고, 일상 혹은 내면은 극단의 고립에 속한다.
사실 우리가 걱정했던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1) 탄도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핵전쟁으로 지구의 파멸
(2)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계인간의 출현
(3) 버블경제로 인한 금융공황
그런데 오직 한 가닥으로만 존재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이제 우리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오던 길은 끊어졌고, 새로운 길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런 고민에 빠져 있던 나는 고미숙의 유튜브 강의를 듣게 되었다. 거기서 많은 통찰을 얻었는데, 그 강의가 책으로 묶인 것을 알고 어제 구입했다."욕망과 자유에 대한 비전 탐구"라는 부제로 되어 있는 >고미숙의 인생 특강>이다. "북튜브(Booktube)"라는 출판사가 만들었다.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사이즈로 되어 시원한 카페에 한숨에 읽었다. 이미 유튜브 강의로 익숙한 내용이라 더 편했다. 그 내용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다시 내 방식대로 그것들을 리-라이팅해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서는 "욕망과의 거리두기"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위에서 말한 열광과 고립을 오가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 사실 '고독과 소외' 속에서 열광과 고립 사이를 분주하게 오고 갔다. 바이러스가 그 열광의 리듬을 타고 전파된 것이다. 그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금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 이제 그만 질주를 멈추라고, 욕망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바꾸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소비와 쾌락에서 휴식과 성찰로, 외적 확장에서 내적 충만으로, 자연의 도구화에서 자연과 공존으로" 건너가라고 하고 있다. 고미숙이 잘 정리를 했다. 사실 이건 인문운동가인 나도 오랫동안 이미 주장하던 것이다.
바이러스는 우리들에게 "욕망의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욕망의 '건너 가기'를 해야 한다. 어떻게? "쾌락에서 지성으로, 중독에서 영성"으로 건너가야 한다. 아무리 멋진 자동차나 명품가방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시시해 진다. 더 좋은 자동차와 가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쾌락적응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꿈에 그리던 상대를 만나 관계를 맺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의 장점이 아니라 약점에 대해 '깊이 숙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갈망한다. 우리는 쾌락적응을 통해, 만족이 불가능한 쳇바퀴 속에서 스스로를 소진한다. 인간은 실현이 불가능한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불행하다. 우리는 한 가지 욕망을 실현시켰을 때,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 욕망이 실현되었을 때, 욕망은 진부한 일상이 되기 때문이다.
고미숙은 이렇게 말한다. "집단이건 개인이건 '욕망이 지성'으로, '지성이 다시 지혜'로 이어지는 비전을 탐구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이젠 "멈추고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과 내면으로, 생명과 자연으로 향하는 통로를 다시 열어가는 것. 그때 비로소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전 세계와 연결되는 길도 열릴 것이다. 그때 비로소 근대 이후 숙명처럼 떠안았던 '고독과 소외'로부터 벗어나는 길도 열릴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강요된 이 시간동안, 이 문제를 천착해 볼 생각이다. 한 마리의 "고래"를 마음에 품고서, 그 "그리움"을 키울 생각이다.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정서는 '그리움'이다. 글과 그림, 그리움의 어원은 같다. 종이에 문자로 쓰면 글이고, 이미지로 그리면 그림이 되고, 마음에 기다림이 쌓이면 그리움이 된다. 고마움도 그리움의 방법론이다. 고마운 기억이 있어야 그리움도 생긴다. 그런 그리움의 다른 말이 기다림이다.
고래/백승우
눈물로 이룬 바다에
고래 한 마리 살고 있다
내가 만든 바다와
당신이 만든 고래 한 마리
그리움은 그렇게
내 안에서 펄떡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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