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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노향림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옷 잘 입고, 테이블 매너에 능수능란하다고 해서 매너가 다 좋은 것만 아니다. 좋은 매너는 마음과 인격 그 자체이다. 진정한 매너는 파티매너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칭찬, 관심을 더욱 강조한다. 매너는 ‘그런 척'한다고 쉽게 꾸며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좋은 매너를 갖추지 못하면, ‘꼰대’가 된다.

인문학자와 인문운동가는 다르다. 인문학자가 과학자라면, 인문운동가는 공학자이고 기술인이다. 인문학이 이론이라면, 인문운동가가 추구하는 인문정신은 일상에서 구현되는 행위이다. 예를 들어, 사랑의 중요성을 말하면 인문 학자이고, 사랑이라는 말이 생활에서 구현되어, '친절 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문운동가이다. 나는 인문운동가이다. 아침마다 글을 써서 많은 이들과 공유한다. 그 글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흔히 익명으로 SNS 하는 사람일수록 댓글이 악의적이다. 그렇다고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냥 다름으로 인정한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다. 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거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천박한 물신주의와 인간의 가치를 인격이 아닌 기능에서 찾으려 하는 비인간화라는 시대적 질병을 앓고 있다. 이 질병의 약은 '인문정신', 즉 인문적 가치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삶의 자리에서 되살려야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이 인문운동가이다.

인문정신이란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균형 잡힌 역사의식,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로움, 관용과 책임 있는 공동체 의식이다. 인문학은 본질적으로 가능이 아니라 가치이다. 인문이라는 말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뜻인데, 인간 다움, 인간이 인간 답게 그리는 무늬를 뜻한다. 라틴어로는 후마니타스(Humanitas)라고 한다. 그러니까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자각, 아니 사람됨의 깨달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대 경쟁 사회에서 우리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고 있는 삶의 작동 기제가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이다. 올림픽에서 외치는 것처럼, 사람들은 더 높은 자리를 찾거나, 더 높은 성공의 열차에 타려고 발버둥친다. 과학 기술도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더 먼 데까지 새 물건을 갖고 달려가기 위해 경쟁한다.

이런 세상에서 필요한 것이 인문정신이다. 인문정신은 올림픽 정신과 그 반대에 있다.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가까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노력이다. 그러니까 인문정신은 소외된 자리를 향하는 연민의 마음으로 낮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고, 느긋하게 자신을 관조하고 성찰하는 일이고, 세계와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친화력이다.

이런 인문정신이 사회에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선진 사회가 된다. 그러니까 선진사회는 선진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선진문화는 인문정신이 밑에 배어 있어야 한다. 산업화나 민주화는 선진사회를 위한 전제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장마철이라 불쾌지수가 높다. 이럴 때일수록 다른 이들에 친절하고, 배려하는 좋은 매너가 더 요구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흘러 맑은 날이 올 것이다. 우주의 심판자인 시간은 우주 안에 존재하는 그 어느 것도 어제의 모습, 아니 조금 전의 모습대로 그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이 시간의 심판자는 모든 것을 매 순간 변화시켜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면, 무로 사라지거나, 유로 다른 성질로 변화한다. 시간은 있음을 없음으로 조용히 변신시키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도 그런 의미에서 택한 것이다. 사진은 작년 이맘 때 제주도에서 찍은 것이다. 다시 제주도에 가고 싶다.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 없이 핀
작디작은 풀꽃들,
녹두알만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고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떼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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