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동네 분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두 시간씩 강의 한다. 어제 그 첫 번째 시간을 가졌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서, 공유하고 싶은 시를 찾다가, 그리스 로마 신화 공부를 생각하며 정옥임의 "서양탕국"을 찾았다.
보통 신화는 문명 이전의 고대인들이 원초적 감각으로 받아들인 세상 체험이야기라 말할 수 있다. 그래 신화에는 양면성이 있다.
- 지식과 논리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싱싱한 모습: 고대인들은 문명인들과는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지식과 논리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했으며 세상을 직관적으로 바라보았다.
- 과장과 왜곡으로 일그러진 모습.
지식과 논리로 무장하지 않은 고대인들은 원초적이고 순박한 감각으로 세상을 그렸다. 그들은 우주의 기원, 생명의 탄생과 소멸, 밤낮이 교차하고, 해와 달과 별들이 연출하는 천체의 파노라마, 그리고 천둥, 번개, 홍수, 태풍, 지진 등 대자연의 무서운 파괴력 등을 때로는 경이로움으로,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신비스러움으로 체험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화는 '상상으로 풀어낸 현실'이고, '허구를 내포한 진실'이라 말할 수 있다. 신화는 과학과 문명으로 왜소화 되고, 정형화 되고, 박제화된 현대의 삶에 생명의 에너지와 상상의 힘을 불어넣어 준다. 신화 중에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왜 그럴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풍부한 내용과 예술성 때문이다. 이 예술적 자산은 수많은 시인들과 예술가들의 손길에서 나온 것이다. 두 번째는 그리스 로마가 쌓은 문화의 퇴적층이 두껍기 때문에 서양 문화의 이해를 돕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헬레니즘의 그리스 로마 문명과 헤브라이즘의 기독교 문명이 서양 문화의 두 기둥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제우스, 아폴론, 비너스, 헤라클레스, 판도라 상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킬레스 건 등이다. 신화의 본령은 구전(口傳)이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순수한 신화라기 보다는 가공된 신화에 가깝다. 예술성을 높이는 대가로 원초적 생명의 에너지는 감소되었다. 왜 그리스 로마 신화인가? 그리스 신화가 로마라는 징검다리를 거쳐 근대 유럽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은 무력으로는 그리스인들을 정복했지만 문화적으로는 이들에게 도리어 정복당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처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맨 처음 "서양탕국"을 마시는 기분이었다. 나는 감각의 지평을 예민하게 하려고, 조심하는 먹거리가 세 개이다. 음식으로는 '라면'을 자제한다. 스프에 너무 많은 MSG가 들어 있어 혀를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알코올 음료로는 "희석식 소주"를 조심한다. 그리고 비알코올 음료로는 '커피믹스"를 안 마신다. 그래야 '진짜" 서양탕국,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답'은 아니다. 다만 와인을 잘 즐기기 위해 얻은 습관이지만, 내 감각의 지평이 더 확대되고, 음식을 읽어내는 리터러시(독해력)가 더 강해졌다. 신화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신화(神話)라는 것은 문명의 옷을 입지 않은 순수하고 싱싱한 생명의 기운이 풍성한 세상 이야기이다. 문명의 옷인 지식과 논리로 정제된 수돗물과는 달리, 신화의 세계는 싱싱한 에너지와 불순물이 함께 녹아 있는 자연수와 같다. 문제는 불순물을 걸러내는 일이다. 그건 우리 독자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 리터러시(문해력)과 분별력이 우리에게 요구된다.
서양탕국/정옥임
한국동란 후
땔나무 사러
삼촌 따라 간 역 앞
바지게 고임 짐꾼들
까만 사발 국물
꿀꺽꿀꺽 후루룩
흡흡 한 방울 까지
여름 냉수 마시듯
단 번에 들이키고
“무엇 우린 진국인지 입에 착착 안기네요.”
국 이름이 무엇이오?
“서양탕국 이래요”
“아 요게 만병통치약이구려.”
“누구는 커피라 하던 디.”
카페 머그잔 속 하트 불며
혼자 노는 더 어려진 그 때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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