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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풀/김수영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린 지금 시끄러운 일상에서 좀 이탈한 고독이 필요한 때이고, 많은 이가 고독하게 앉아 자신과 대화하며 자신의 힘을 길러내 어야 우리 사회가 성숙할 수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이 떼지어서 다닌다. 카페에 사람들이 너무 많다. 고독은 스스로를 홀로 두며 스스로가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자각을 이루는 자리이다.

저항하기 위해서는 주류 사회에서 고독하게 돌아서는 것이다. 이 말은 몇 년 전에 대만 작가 장쉰의 글에서 읽은 것이다. 최근 나는 한 사람의 죽음 속에서 고독을 보았다.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것은 고독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고독이라는 아침의 화두가 되었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시장과 이에 부응하는 언론 미디어이다. 그래 가급적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에 속곤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SNS는 점점 우리를 소비로써 증명하도록 부추긴다. 그래 개인의 사고가 중요한 이유이다. 저항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지금 우리가 대항하고 싸워야 할 대상은 자본주의 사회이다. 지금 일상의 여러 요소들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체제이고, 그 자체가 바로 권위적인 압박이다.  대안이라면? 주류 사회에서 고독하게 돌아서는 것이다. 고독해 진다면, 혼자 놀 줄 안다면, 주류 사회의 쏠림을 거부할 수 있다. 그리고 소비형식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려면 고독으로 내면의 힘을 단련하여야 한다.

장쉰은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 문학평론가로 '대만 문학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는 『고독육강(이야기가 있는)』이 소개되었다.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우리는 마음 붙이지 못하고 쳇바퀴 따라 돌며 일상을 만들어간다. 외로움에 주눅 든 채 타인의 선택에 눈치껏 기대며 하루를 보낸다. 대만 작가 장쉰은 고독으로 살아갈 힘을 키우자고 설득한다. 고독은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장쉰은 소설로 청년들에게 세상과 마주하도록 눈을 뜨게 했고, 장년들에게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직시하도록 사유의 길을 열어주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우리는 지금 세대를 초월해서 SNS에 매달린다. 왜? 외로워서, 관음증과 자기 우월감을 드러내려고. 다양한 해석이 있다. 컵이 없던 시절에 사람들은 손으로 물을 먹었다. 그러니 다시 컵이 없으면 손으로 물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 물질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기계나 물질 또는 도구 없이도 제 몸으로 살 줄 알아야 한다. 스마트 폰도 마찬가지이다. 거기다 모든 것을 걸면 안 된다. 스마트 폰 없이도 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젠 너무 멀리 왔다. 스마트폰이 우리들의 오장육부에 하나를 더 보태 '오장 칠부'의 자격을 얻었다. 성균관대의 최재봉 교수는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인 낳은 신 인류,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는 말도 만들어 냈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세대이다. 나도 다소 그런 편이다.

스마트 폰은 소비하는 컵이나 의자와는 다르다. 그건 관계를 맺는 도구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SNS 때문에 사람들의 관계는 더 가벼워지고, 더 외로워졌다. 사람은 원래 고독한 존재이다. 고독은 인간의 본질이다. 본래 고독하게 살고 고독하게 죽는다. 사실 고독 속으로 들어가면 고독의 한가운데서 채워지는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도시에서 바쁘게 밀려다니며 일상을 보내는 사람은 이해 못 할 이야기이다. 고독의 시간은 자신과의 대화가 되어야 한다. 습관적으로 고독한 시간에 자기 자신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반드시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한자로 고독(孤獨)은 외로울 고(孤)와 홀로 독(獨)자가 결합된 단어이다.

'주류 사회로부터 떠나 고독의 힘을 단련시킨다.' 말은 쉽다. 그러나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자기 자신과 함께함으로써 자신이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믿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 용기와 힘을 기르려면, 바깥세상이 계속 변하고 정보가 넘쳐나도 평온하게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고독을 두려워 할 필요 없다. 두려움은 외로움과 황량함을 부른다. 지금 하고자 하는 바로 그 일을 하면 된다. Bon Courage! (힘내, 용기 가져!) 몇 일간 비가 내린다. 해를 보기가 힘들다. 그래 풀들이 힘들어 한다. 그렇지만, 풀들은 잘 견디고 있다. 잠깐 비가 그친 사이, 주말 농장에 다녀왔다. 풀들이 다 쓰러져 있다. 그렇지만 곧 일어날 것이다. 오늘 아침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수영 시인의 <풀>을 공유한다. 오늘 아침 사진은 농장 가는 길의 한 집 정원을 찍은 것이다. 나리 꽃은 속절없이 요염하다.

풀/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 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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