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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낮잠 좀 자려는데/황인숙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7월 15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잘난 모습에 질투(嫉妬)를 느끼고 시기(猜忌)한다. 그리고 잘난 척하는 꼴은 또 눈뜨고 보기 싫어한다. 실제 잘났는데도 말이다. 재주만 믿고 잘난 체 하다가 그만 해를 당하는 '화살 잡는 원숭이' 우화가 <장자> 잡편 "서무귀"에 나온다.

"임금이 원숭이들이 많이 사는 곳에 놀러갔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혼비백산해 저마다 숨기 바빴는데, 유독 한 마리만은 예외였다. 그 원숭이만 나뭇가지를 타고 재주를 넘는가 하면 가지 사이로 넘어다니며 장난치고 놀 뿐이었다. 괘씸한 마음이 든 임금이 직접 활을 쐈더니 그 원숭이는 보란 듯이 그 화살을 손으로 잡아채기까지 했다. 화가 난 임금은 주변의 신하들에게 일제 사격을 명령했다. 재주 많은 원숭이도 비오 듯 쏟아지는 화살은 피하지 못해 죽고 말았다. 그데야 만족한 임금이 옆에 서 있던 신하에게 말했다. '이 원숭이는 자신의 재주를 믿고 까불다가 죽었다. 그대로 잘난 척하는 표정으로 남들에게 교만하게 굴지 말지어다(무이여색교인재, 無以汝色驕人哉). <장자 잡편 "서무구" 제25편 11>

저 잘났다고 나대다가 죽은 원숭이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은 나보다 잘난 남을 보는 일이다. 원숭이의 경우, 그가 죽은 이유는 둘 중의 하나이다. 하나는 노느라 정신 팔려서 분위기 파악을 못하거나, 또 하나는 잘난 적한 것이다. 그러나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않고 손으로 잡은 이유는 잘난 척이다. 화살에 맞지 않는 게 목적이라면 가볍게 피하면 되었을 것이다. 날아오는 화살을 잡은 이유는 멋있게 보이기 위해 연출한 것이다. 이처럼 멋있게 주목받으면, 박수갈채를 받을 때도 있지만, 미움을 받을 때가 더 많다.

이 참에 자만과 교만, 거만과 오만의 차이들을 살펴본다. 자만과 교만 그리고 거만과 오만은 4 형제이다. 자만은 자기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고 익숙해지면서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자만은 겸손함을 잃고 자신만만함이 도를 넘어서는 순간 찾아온다.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중심을 잃은 상태이다. 주로 자만은 허영심에 나오는 과시욕망에 사로잡혀 생기는 불청객이다.

교만은 자만이 갖고 있는 자만심에 더하여 교태스러움까지 겸비해서 시건방짐의 진수를 보여준다. 자만이 더 극에 달하면 교만해 진다. 교만은 자신의 지위 높음을 자랑하여 뽐내고 건방지게 행동하는 뜻을 담고 있다. 자만은 자신감의 역기능으로 작용해 겸손함을 잃은 상태이지만, 교만은 타인에게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못 봐줄 정도로 뽐내면서 건방지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교태는 외양이나 태도가 아양(귀염을 받으려고 알랑거리는 말)을 부리는 것이다.

교만의 형이 거만이다. 거만은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기 위해 거들먹거린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교만이 자만심에 교태 스러움을 겸비한 자세와 태도를 지칭한다면 거만은 교태 스럽지는 않지만 행동거지 표정이 상대의 기분을 건드릴 정도로 업신여기고 지나치게 거들먹거리는 경우를 지칭한다.

자만과 교만 그리고 거만을 넘으면 오만(傲慢)해 진다. 오만은 자가당착의 논리에 빠져 겸손함을 잃고 불쾌감을 줄 정도로 시건방지게 행동하는 불치병에 가깝다. 오만은 불손(不遜, 말이나 행동 따위가 버릇없거나 겸손하지 못함)과 교만은 방자(放恣, 어려워하거나 삼가는 태도가 없이 무례하고 건방짐)와 어울린다. 그래 서 우리는 '오만불손'하고 '교만방자'하다는 말을 사용한다.

이 4 형제를 가지고, 다음과 같이 문장을 만들을 만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지위 높음에 자만하여 교만하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고, 행동거지의 거만함은 어른도 몰라보는 오만의 극치이다." "자신감이 자만으로 흐르기 전에 자기의 존재 이유를 파악하고 자존심에 상처받기 보다 자존감을 회복하여 자기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자기 수련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참고로 자신감(自尊心, pride)과 자존감(自尊感, digmity)은 다르다. '자존심'은 '나는 잘났다'면서 자신을 지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나는 소중하다.'하면서 자신을 존중 하는 마음이다.

오늘은 자만이니, 교만이니, 장난 체하 하나도 하지 않는 시를 공유한다. 세상이 조용하다. 다시 코로나-19가 4차 유행을 한다고 해서, 세상이 죽었다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어서 오늘 시처럼, 골목에 사람들이 북적거렸으면 한다.

낮잠 좀 자려는데/황인숙

낮잠 좀 자려는데
동네 아이 쉬지 않고
대문을 두드리네.
“공좀 꺼내주세요!”
낮잠 좀 자려는데
어쩌자구 자꾸만
공을 넘기는지.

톡톡톡 누가
창문을 두드리네.
“하루 해 좀 꺼내주세요!”
아아함, 낮잠 좀 자려는데.

마음껏 꺼내가렴!
대문을 활짝 열고
건들건들 거리로 나섰네.
아아함, 아아함
낮잠 좀 자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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