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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착한 사마리안 법

1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1179.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화학의 원소주기율 표에서 염소 Cl이 나트륨 Na를 만나면, 소금 NaCl이 되지만, 수소 H를 만나면 염산 HCl이 된다. 염소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얼굴에 뿌려져 절망을 낳는 염산이 되기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 생각은 바로 수그러져 가던 코로나19의 슈퍼전파자로 의심받는 31번 확진 환자로 이어졌다. 그 환자가 고열이 나면서도 두 번이나 검진을 거부한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대구 · 경북 지역에 많은 감염 사태를 낳았다. 같이 예배 드린 특정교단의 몇 명이 감염됐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본인은 악의를 품지 않았겠지만 행위의 결과로만 보면 우리 사회의 ‘방관자’나 마찬가지다. 악행을 보고도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고발하지 않은 방관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자 주요 선진국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 대한 구조를 의무화하는 추세다.

몇 일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의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사회의 진면목은 위기에서 더 잘 드러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늘 푸를 것 같던 나뭇잎도 혹독한 겨울에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코로나19를 대하는 정치권을 보면 답답하다. 서로 싸우기만 하다 보니 악한 감정이 쌓이는 악순환의 반복에 빠져 있다. 명분도 양심도 잊어버린 것 같은 정치권을 볼 때마다 답답하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 곳곳이 그렇다.

우리사회는 20년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각자도생(各自圖生) 하도록 요구 받았다. 그 때부터 대다수의 삶이 팍팍 해졌다. 우리는 1987년에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며, 절차적 민주주의는 다소 성공했지만, 시민적 덕목과 역량을 키우는 일상에서의 민주주의를 소홀히 했다. 그리고 복지체제도 잘 갖추지 못하였다. 그러다 외환 위기를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는 가혹한 경쟁으로 이루어진 '시장지상주의 정글'이 되어버렸다. 경쟁에서 이기거나 살아남은 자들만 한정된 부와 권력, 명예 등을 거머쥐는 구조의 고착화로 너나없이 경쟁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내 권리만 주장하는 행위가 우리 사회 도처에 깔렸다.

가장 좋은 대안은 시민사회에 있다. 독일의 경제가 유독 탄탄한 이유도 불의에 대한 고발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건강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에서 시민사회의 성숙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감염 의심자가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했어도 규제할 규정이 없는 게 현행법의 한계다. 방관자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막을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도입이 절실하다. 아니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시민이라는 시민성 회복과 문화가 필요하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루가 복음 10장 30-37절에서 나온다. "유대인이 강도를 당하고 길에 쓰러져 있는데, 제사장을 비롯한 상류층 사람들은 모두 그냥 지나쳤지만, 유대인에게 가장 멸시를 당하며 적대 관계에 있는 사마리아 인이 쓰러진 유대인을 구해주었다'는 것이다. 법으로 강제된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차원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제하거나 도와주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 법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고도 그냥 현장을 빠져나오게 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위험을 돕다 문제가 발생했어도 그 내용을 따져 면책할 수 없도록 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는 법을 떠나 인간 양심의 문제이고, 우리는 함께 공동체를 이룬 시민이라는 시민성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런, 염병할!"이라는 말이 있듯 전염병은 이질적 혐오 대상이다. 소설가 백영옥으로부터 소개받은 율라 비스의 책,『면역에 관하여』에는 "질병이란 우리가 타자로 정의한 자들이 만들어내는 거라는 오랜 믿음을 더 부추긴다"고 말한다. 수전 손태그가 말했듯 "매독은 영국인들에게는 프랑스 발진이었으며, 파리 사람들에게는 독일 질병, 피렌체 사람들에게는 나폴리 질병, 일본인들에게는 중국 질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라 비스가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라 했던 말이 요즈음 더 유효하다. 안타깝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늘고 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부쩍 늘었다. 개인위생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집단면역에 의지하는 한, 우리 모두는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시민의식이다

어쨌든,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빨리 세상이 평화로웠으면 한다. 영문도 모르고 우리 동네 양지바른 담벼락에는 영춘화(迎春花)가 벌써 피었다. 언뜻 보면, 개나리인가 하지만, 영춘화이다. 봄을 맞아하는 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꽃잎의 숫자가 6개이고, 꽃의 크기가 작다. 개나리 꽃잎은 네 개이다. 움튼 꿈을 벼린 긴 시간은 헛되지 않아 겨울을 뚫고 어김없이 봄은 온다. 빨리 와야 코로나19가 없어진다.

평화롭게/김종삼

하루를 살아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더라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 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

#인문운동가_박한표 #유성마을대학 #사진하나_시하나 #김종삼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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