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매주 토요일은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아직도 이탈리아 와인을 여행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지난 주부터 와인을 평가하는 방법을 좀 세밀하게 살표보고 있다. 지난 주는 와인의 향을 평가하는 법을 공유했다. 오늘은 와인의 맛을 평가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와인 맛의 특징은 신맛, 단맛과 탄닌의 쓴맛이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를 이룬 결과로써 나타난다. 와인 맛 수준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가장 큰 척도는 바로 이 ‘균형과 조화’이다. 이 균형과 조화는 다음과 같이 삼각형의 모양으로 나타낼 수 있다.
① 떫은 맛 탄닌(Tannin): 숙성되지 않았을 때 입 안쪽을 조이는 땡감의 느낌 또는 제대로 숙성되었을 때 느껴지는 실크처럼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쓴맛인 탄닌은 그렇게 기분 좋은 맛은 아니며 거칠고 꽤 오랫동안 계속된다. 그러나 이 쓴맛이 다른 맛과 결합해 복합적인 맛을 더할 때 품질 좋은 와인이 된다. 이 쓴맛은 신맛과 어울려 쌉쌀한 맛을 내며, 단맛과 어울려 초콜릿 맛을 낸다. 레드 와인의 경우 떫은 탄닌은 와인의 튼튼한 골격과 구조를 이룬다. 화이트와인의 경우는 떫은 탄닌 맛 대신 부드러운 맛(Softness)을 내야 한다.
② 산도(Acidity): 신선하고 청량감을 주는 신맛으로 대변되는 산도이다. 혀 양끝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을 동반하며 타액을 분비 시킨다. 와인의 청량감, 생기, 힘은 이 산도에서 나온다.
③ 알코올과 점도(Sweetness): 부드럽거나 달콤하다고 묘사되는 단맛이다. 이 맛은 와인의 잔류 당분과 질감, 알코올에서 나온다. 와인 시음에 있어서는 감미로움이라고 한다.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깊은 맛과 단맛이 느껴지지만 알코올 도수 자체가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알코올과 점도가 와인의 부드러움, 넉넉함, 힘을 만들어 준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삼각형의 각 축을 이룬다. 이 삼각형 축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맛은 균형과 조화를 잃게 된다. 탄닌이 너무 적으면 가벼운 와인이 되고, 탄닌이 너무 많으면 날카로운 와인이 된다. 산도가 너무 적으면 밍밍한 와인이 되고, 반면 산도가 많으면 날카로운 와인이 된다. 끝으로 포도의 당도에서 나오는 알코올이 너무 적으면 힘없는 와인이 되고, 너무 많으면 뜨거운 와인이 된다. 이 세 가지 성분 중 하나가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으면서 맛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기분 좋게 느껴질 때 ‘균형이 잡혔다’ 또는 ‘구조가 잘 잡혀 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한 모금 마신 와인을 혀로 굴려 맛볼 때 각각의 성분이 하나의 느낌으로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부드러운 감을 줄 경우에 균형과 조화를 이룬 와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균형을 이룬 이 삼각형의 크기에 따라 와인의 값이 차이를 보인다. 잘 알려진 비싼 와인은 삼각형의 크기가 크고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이 삼각형의 크기가 작고, 와인의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그 작은 가운데서 세 꼭지 점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균형 잡혀 있다면 괜찮은 와인이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간'이 맞는 것이다.

좋은 맛의 삼각형 크기의 크고 작음은 와인의 숙성과 관련이 있다. 떫고 쌉싸래한 맛은 세월이 흐르면서 실크처럼 부드러운 맛으로 변하고, 따가운 신맛은 기분 좋은 새콤한 맛으로 변한다. 다만 작은 삼각형을 가진 와인들은 그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와인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갓 병입되어 숙성이 덜 된 레드 와인에서 떫은맛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와인 속에 들어 있는 탄닌(Tannin) 성분 때문이다. 탄닌은 오크를 비롯한 많은 나무껍질과 포도를 포함한 많은 과일 그리고 녹차 등에 들어 있는 약간 쓰고 떫은맛과 텁텁함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포도의 경우 탄닌 성분은 껍질이나 씨, 줄기 등에 존재하며 발효 과정에서 우러나온다. 또 오크통 숙성을 거칠 경우에 오크에 들어 있는 탄닌 성분도 추출된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이 탄닌 함유량이 많다. 왜냐하면 레드와인은 포도를 으깬 후 껍질과 씨 등이 섞인 상태에서 발효를 해 탄닌이 많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와인 속의 탄닌은 일종의 방부제로서 와인 숙성과정에서 와인을 지탱시켜 주며, 와인의 상태를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프랑스의 그랑 크뤼급 와인들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숙성되면서 특유의 복합적인 향과 부드러운 맛을 낸다. 이는 와인이 지니고 있는 탄닌 성분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와인에 탄닌 성분이 부족하다면 병 속에서 향이 복합적으로 발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맛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만큼 깊은 맛은 와인이 숙성되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가을철 겉절이’처럼 바로 만들어 즐기는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는 탄닌 성분이 적어 와인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숙성시켜 빨리 마시는 것이다. 이에 비해 ‘김장 김치’같이 오랜 숙성을 필요로 하는 그랑 크뤼급 와인들은 각 병입되어 숙성이 덜 된 경우 맛이 거칠고 텁텁해 거부감을 주지만, 시간이 경과되면서 탄닌 성분이 와인을 부드럽게 변화 시킨다. 그러나 탄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정체가 되어 이것의 크기가 커지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병 속에서 침전된다. 실제로 와인 전문가들은 병 속의 침전물로 와인의 숙성 정도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오늘의 시를 공유한다. 김기택 시인의 <검은 소금>이다. 이 소금이 와인에서는 탄닌이 아닐까?
예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세상에 소금과 빛이 되는 사람"(마태복음 5장 14-14절)이라고 말했다. 예수를 따르는 삶은 세상의 부패를 막는 소금,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처럼 사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다"(마태복음 5장 13절)라 말씀 하셨다. 맛을 잃어 길가에 버려진 소금은 쓰레기이다. 쓰레기는 쓸데만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길 가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인문적 성찰이었다.
검은 소금/손택수
소금도 타는구나
끄슬려, 잿빛이 되는구나
간장독 바닥에서 나왔다는
검은 소금을 본다
간장에 소금이 녹으면
항아리 바닥엔 침전물이 쌓이지
뼈가 녹아버려라 펄펄 끓는 품속을 파고들면서도
사라진 저를 놓치지 않고 똘똘 사리를 뭉치지
네게로 간다는 건 네 속으로 스며들어 나를 본다는 것,
너를 잊지 못하고 마침내 검은 소금이 된다는 것
속을 까맣게 태워버린 소금이
희미해진 저를 되찾도록 가만히 기다리는 시간
간장이 익는다 검은 소금
내 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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