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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필요 이상으로 강해지려는 욕심은 버리라!

2031.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6월 22일)

 

지난 6월 초인 3일로 100일째에 이른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번째 변곡점’을 향해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계 반군이 8년 동안 쟁탈전을 벌여온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주가 러시아군에 함락될 상황에 놓였고, 미국의 장거리 무기 제공으로 미-러는 다시 한번 살벌한 신경전을 벌였다. 4월 초 러시아군의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 점령 포기, 5월 중순 도네츠크주 핵심 도시 마리우폴 점령에 이은 전쟁의 세번째 분수령이다. 다음 지도를 보면, 왜 우크라이나가 전략 요충지(要衝地, 지세가 군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인지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처럼 종전 없이 수십년 대치 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1953년 휴전 협정 이후 종전에 이르지 못한 한반도 상황처럼 우크라이나 사태가 굳어질 가능성을 많은 전문가들이 열어두고 있다. 한반도처럼, 러시아가 통제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도 이런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거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수도 크이우 점령에 실패하고 '특별군사작전 2단계 돌입'을 선포한 뒤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이후 돈바스 일대에서 점령지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그 밖에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을 공격하는 중이다.

영국 신문 가디언도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현 상황을 점검하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헤르손과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남부 주요 점령지를 묶어 '준 국가'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와 이번 전쟁에서 점령한 헤르손, 마리우폴, 돈바스 일대를 연결해 친러 위성 국가를 세우거나, 아예 러시아에 병합하려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국제질서를 둘러싸고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흐름이 부딪치고 있다. 늘 균형 있는 칼럼을 쓰는 <한겨레신문> 박민희 기자의 분석인데, 정리가 된다. 
1.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를 규합해 중국 견제·포위망을 겹겹으로 짜고 있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와 오커스(미국, 영국, 호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출범시켰고, 한·미·일 군사 협력과 나토의 역할 강화도 추진한다. 
2. 이에 대항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글로벌안보제안(全球安全倡議)을 내놓았다. 내정불간섭, 주권 존중·영토보존 원칙을 강조하면서 미국 일방주의에 대항하겠다고 한다. 중국, 러시아, 북한의 공조를 다지면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공) 협력을 강화하고, 남태평양·중앙아시아·남아메리카·중동에서 중국 편에 설 국가들을 최대한 규합하려 한다. 
3. 이 두 진영 사이에서 국토의 크기나 석유 에너지 자원의 영향력을 이용해 교묘한 줄타기를 하는 인도나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있다. 요동치는 국제 정세의 끝에서 어떤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 전반이 흔들리고 있고, 잘못 대응할 경우 대혼란 또는 세계대전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다.

민주주의 체제의 수출 주도 제조업 강국이라는 한국의 정체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강화라는 도전을 고려하면 한국이 세 가지 흐름 가운데 미국 주도의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는 외교’만으로는 더이상 어려운 시대가 오고 만 것이다. 어쨌든 우리 정부의 태도가 좀 더 세밀해야 한다. 약간 걱정이다

박민희 기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한국은 국제질서의 혼란을 막고 한반도와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지 않도록 역할을 하되, 미-중 사이에서 완충 공간을 만들려는 노력도 지속해 나가야 한다. (…) ‘중국이 보복을 할 것인가’라는 두려움에 얽매여 한국이 할 일을 포기해서는 안되지만,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만일에 대비할 방안은 더욱 철저해야 한다."

오는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는 특별한 ‘파트너’들이 초청장을 받았다. 나토 30개 회원국 외에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뉴질랜드 정상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스웨덴과 핀란드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지난 6월 10일 윤 대통령이 “한국 정상 최초로 나토의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무게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론들은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지, 김건희 여사가 동행할지에 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번 회담의 무게는 훨씬 무겁다.

 5일 후이면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이다. 오늘 아침 하고 싶은 말은 '평화'와 '승리'가 같은 의미가 아니고, 때로는 교집합도 크지 않다는 문제이다.  왜 이 말을 하느냐 하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법이 무기를 주어 전쟁을 끝내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길 뿐인가 자문해 보는 거다. 언젠가 내 일기장에 이런 글을 써 둔 적이 있다. "격렬한 전투가 이어진 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나서, 그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온통 파괴되고 나서 이룩한 승리를 우리는 평화라고 부르면 안 된다." 전쟁이 지속되는 한 그 결과가 승리로 이어지든 패배로 이어지든 평화와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평화는 승리와 패배 바깥에, 존재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전쟁이 일어났다면 빨리 끝내는 것이, 피해를  최소로 하는 것이 평화로 가는 길이다. 전쟁에서 어느 한 쪽이 드라마틱하게 승리하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다. 현실 세계에서는 거듭된 전쟁으로 피해가 늘어나고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불신이 커져 다시 전쟁의 재료로 쓰이는 악순환의 고리만 강화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무기 지원을 반대한다. 무기 지원은 위에서 말한 고리를 끊지 못하고 오히려 강화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군수업체들은 전쟁이 지속되니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누군가 승자가 있다면 이들 군수업체들이 승자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군사적 지원이 아니라, 인도적인 지원, 전쟁을 지원하는 역할이 아니라, 전쟁을 중단하고 끝내는 역할을 해낼 때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 올 것이라 본다. 마침 읽을 차례인 <<도덕경>> 제30장이 보면, 노자는 평화주의자이며 반전(반전)주의자이다. 그러면서 현실주의자이다.  노자는 '군대는 없애야 한다'라든가, '군사력은 약할수록 좋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불이병강천하(不以兵强天下)", '군사로써 국가를 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주장할 뿐이다. 국가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병(兵)이 아니라, 반전(反戰)의 사유이며, 반전의 문화이며, 반전의 균형 맞추기 지혜이다. 이 <30장>의 정밀 독해는 오늘의 시를 공유한 다음 이어지고, 그건 블로그로 옮긴다. 필요 이상으로 강해지려는 욕심은 버리라는 말이었다.

내가 바라는 세상/이기철   

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 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

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

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
식구들이 저녁상 가에 모여앉아 
꽃물 든 손으로 수저를 들 때
식구들의 이마에 환한 꽃빛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
그날 밤 갓 시집 온 신부는 
꽃처럼 아름다운 첫 아일 가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 혼자 베갯모를 베고
그 소문을 화신처럼 듣는 일입니다


노자 <<도덕경>> 제30장을 읽을 차례이다. 이 장의 주제는 "不以兵强天下(불이병강천하)"라는 문장이다. 노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인물이었다. 이 시기는 주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질서가 와해되고 혼란이 지속되던 때다. 수백 개로 나뉜 제후국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으며 그들이 의존한 것은 군사력이었다. 누가 더 강한 군대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천하 패권의 향배가 갈렸다. 백성들은 시도 때도 없이 전쟁에 동원되었고, 전쟁의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곳은 농사조차 지을 수 없는 폐허로 변하기 일쑤였다. 전쟁은 엄청난 후유증과 상처를 남겼다. 민생은 피폐 되고 백성들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갔다. 이러한 참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노자는 속세를 떠나면서, <<도덕경>> 오천 여자를 남겼다. 제후들에게는 군사력이 곧 정의였지만 노자가 볼 때는 군사력이야말로 천하를 혼란하게 하는 주요인이었다. 그래서 노자는 무기를 내려놓고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설파했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물리적 강제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그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군사력을 자랑하지 말고 더 강해지려는 욕심을 버리라고 말한다. 오늘은 원문과 번역만 공유한다. 정밀 독해는 내일 이어간다.

以道佐人主者(이도좌인주자) 不以兵强天下(불이병강천하) 其事好還(기사호환): 도로써 군주를 보좌하는 사람은 군사력으로 천하를 평정하지 않는다. 무력을 쓰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 
師之所處(사지소처) 荊棘生焉(형극생언) 大軍之後(대군지후) 必有凶年(필유흉년): 군사가 주둔하던 곳엔 가시엉겅퀴가 자라나고, 전쟁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뒤따르게 된다. 
善有果而已(선유과이이) 不敢以取强(불감이취강): 훌륭한 사람은 목적만 이룬 다음 그만둘 줄 알고, 감히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果而勿矜(과이물긍) 果而勿伐(과이물벌) 果而勿驕(과이물교): 목적을 이루었어도 자랑하지 않고, 목적을 이루었어도 뽐내지 않고, 목적을 이루었어도 교만하지 않는다. 
果而不得已(과이불득이) 果而勿强(과이물강): 목적을 이루지만 부득이하게 하고, 목적을 이룬 후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物壯則老(물장즉로) 是謂不道(시위불도) 不道早已(불도조이): 사물은 그 기운이 지나치면 쇠하게 되니 도가 아닌 까닭이다. 도가 아닌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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